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이 뭔지 아는가? 바로 누가 술값을 낼지 알고 먹는 술이다.(물론 나는 아니어야 한다)
술접대는 그 어느 술자리보다도 누가 술값을 내는지 알고 먹는 술이다. 접대를 받는 사람은 그래서 맛있을 수밖에 없고 접대자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괴롭다고만 볼 수는 없다. 미생 같은 드라마에서는 술접대를 하는 영업사원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많이 묘사했지만, 솔직히 내 주변 술 좋아하는 영업사원들은 그렇게 싫어하지만은 않더라. 게다가 사전결재를 받고 하는 술접대는 영업사원의 개인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술접대는 심플하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피접대자와의 첫 술자리이냐 아니면 N번째의 술자리이냐이다.전에 한번 술접대를 해준 고객이라면 대략의 성향, 취향등을 아니까 특별히 알려줄 팁이 많지 않다. 물론 늘 견지해야 하는 술접대의 원칙들이 있지만 그건 첫 술접대를 할 때의 팁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힘들고, 성사되는 것 자체가 성과인 첫 술접대는 매우 중요하다. 아직 완전히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처음 먹는다는 건 아직까지 고객과의 라뽀가 깊게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건 아직 고객을 잘 모르는 상태라는 걸 의미하니까.미지의 세계는 궁금하지만 불편한 것이니까.
상식적으로 첫 술자리를 오늘 당장 잡을 수는 없다. 그리고그 회사에, 그 고객과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술약속을 잡는 것은 금기다.술접대는 어느 정도 영업이 진행되었을 때, 다시 말하면 작은 것이라도 고객이 당신에게 줄 것이 있을 것 같다고 서로 인지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맞다.중요한 것은 '작은 것이라도'이다.너무 큰 걸 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 술접대를 실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고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너무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을 때도 하면 안 되고 너무 모든 게 결정되는 시기에 잡아도 안된다는 것이다.전자는 고객이 부담스러울 테고 후자는 이미 다른 회사 영업사원과 술동무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기회가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실전 상황 들어가 보자.당연한 얘기지만 일시, 장소는 오롯이 고객의 몫이다.다만, 일시는 고객이 대부분 정해 주지만 장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장소까지 고객이 정하는 건 고객스스로도 너무 얻어먹으려는 거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싶어 저어한다. 좋아하시는 메뉴가 있는가 있는지 정도는 가볍게 물어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할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팁하나. 술접대를 하기 전 업무미팅이나 통화에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안주를 파악해 두는 게 좋다.업무미팅으로 만났을 때 업무얘기만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날씨얘기도 하고 회사 돌아가는 얘기며, 사건사고 얘기 등 어쩌면 업무와 관련 없는 얘기들을 더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때고객이 얘기하는 아주 사소한 것도 영업사원은 기억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K홍보원의 영업을 할 때였다. 삼성인가 어딘가의 유조선의 기름이 유출되어 서해안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 얘기를 하다가 고객이, 난 어차피 회 안 좋아하니까 큰 상관없다며 웃은 적이 있다. 그럴 때 영업사원은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술접대를 잡을 때 '사무관님은 회 싫어하시니까 고기나 곱창 어떠세요?'라고 말한다면?
고객은 사소한 것에 감동한다. 감동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건 좀 다른 사례지만 부동산 전문정보업체인 N사를 영업할 때였다. 거의 제품도입의 키를 쥐고 있는 담당팀장과 첫 미팅을 한 완전 영업초기였다. 젊은 친구였는데 이런저런 안테나를 통해 모친상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고, 난 주저 없이 문상을 갔다. 그런데 정말 마음이 아팠던 것은 사고를 당하신 거라 갑작스러운 상이었고 내가 갔을 때 그 팀장은 엉엉 우는 얼굴로 조문을 받고 있었다. 나의 방문에 당연히 고마워했고 이후 제품도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문상조차도 영업에 이용하냐고 욕하지는 말자. 적어도 문상하는 그 순간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진심 어린 안타까움을 전했고 그 마음은 그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그 팀장이 그 상황에서 저인간은 영업을 위해 한번밖에 안 본 나의 경조사를 참석하냐면서 경멸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갑을이 가지는 그냥 서로 인정하는 상황이다.영업사원은 어쩔 땐 눈에 훤히 보이는 영업의 수를 써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조금 주제가 빗나갔으니 다시 궤도를 잡아보자. 이제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다. 내부적으로 접대에 대한 사전 결재절차들을 밟게 될 것이다. 오늘 할 얘기는 1차 술자리로 끝나는 접대가 아니라 이후 2차 노래방 등 풀로 이루어지는 접대니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테고 아주 높은 직급의 영업사원이 아니라면 법인카드도 수령해야 하는 등의 절차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참석하느냐이다.고객들 중에는 본인이 혼자 나오는 게 불편하거나 혼자 도입을 결정하는 게 아닐 경우 다른 담당자나 친한 사람을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절대 혼자 나가지 말자. 그쪽에서 2명 정도 나올 경우는 모르겠지만 3명 이상이 나오는 게 확실할 경우엔 이쪽에서도 2명 정도가 나가 주는 게 좋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첫 술접대의 경우엔 화제가 많지 않다.술자리니까 사적인, 개인적인 얘기를 할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둘 다 알고 있는 일 얘기를 하게 된다. 각자의 회사 얘기를 하게 될 것이고 영업하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얘기가 주가 될 것이다. 그럴 때 만약 고객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더 물어보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원할 때 혼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같이 일하는 개발자나 다른 분야에서 그 제품을 팔아본 적이 있는 동료 영업사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술은 좋아하는 데 돈을 쓰기는 싫으면서 메인 영업사원이 아니어서 접대부담이 없는 사람들은 좋아라 쫓아온다. 평소에 그런 동료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광대였으니 큰 니즈는 없었지만 노래방에서 재밌게 놀 줄 아는 동료는 큰 도움이 된다. 다음날 해장국 한 그릇 사주면 된다. 동료니까.
자 이제 참석자들도 정해졌다. 이제 시간이 되어 고객들을 만난다.말할 필요도 없이 장소에는 먼저 가 있어야 한다. 고객이 장소를 잘 못 찾고 헷갈릴 때 깔끔하게 안내도 해야 하니까 답사까지는 아니어도 주변파악도 소홀하지 않는다. 배고플 수도 있으니 만약 메뉴가 정해져 있는 곳이라면 미리 준비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결정적으로 술을 먹기 전에 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고객에게 너의 배려를 보여주기 위해 숙취해소음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명808 또는 컨디션. 고객의 성향을 알 수 없기에 무조건 두 개를 다 준비한다. 이건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데 많은 영업사원이 놓치는 팁이다. 이런 행동으로 고객은 본인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접대의 가장 중요한 목적 하나를 쉽게 달성하는 것이다. 접대는 곧 대접이니까.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객은 사소한 것에 감동받는다.
1차 술자리는 다양하게 펼쳐질 것이다. 죽이 맞고 술을 좋아하는 고객이면 처음부터 달리면서 쉽게 자리가 편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만약 고객이 깔끔하게 1차로 끝내고 귀가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 한다.영업한답시고 질척대서는 안된다. 첫 술자리이니 만큼 거기서 모든 걸 결정 짓겠다는 성급한 태도는 금물이다. 하지만 고객이 다음을 원한다면? 노래방이나 2차 맥주를 먹어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이건 아주 긍정적인 상황이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꿀팁이 많다. 이건 술접대의 모든 것 제2탄에서 에서 계속 얘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