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던 내 몸의 구조 요청.
#2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장염과 위염이 잦은 편이었다.
꼭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다음 날 컨디션에 영향을 미쳤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동네 내과에 들러 약을 처방받아야 했다.
그래도 크게 대수롭지 않았다.
그땐 그게 내 체질인 줄 알았다.
그냥 나는 남들보다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몸은 꾸준히 나에게 ‘너, 지금 마음이 힘든 거야’라고 말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나는 왜 오랜 시간 동안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우선 소화기관 문제는 먹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병원에 가도 가장 처음 듣는 질문은 ‘최근에 무엇을 드셨나요?’ 같은 것이었다.
마무리멘트는 언제나 “맵고, 짜고, 차가운 음식 조심하시고요. 커피, 술은 절대 안 됩니다.” 같은 말들.
늘 너무 자연스럽게 나의 식습관부터 돌아보았다.
‘커피를 평소보다 자주 마셨나?’, ‘술자리가 너무 많아졌나?’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며칠 동안 반성모드에 돌입하여 싫어하는 죽을 억지로 먹기도 했다.
평소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이기에 눈에 보이는 원인은 너무나 쉬웠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니 기능성 소화불량이니 신경성일 수도 있다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신호의 울림이 커지기 전까지는 그냥 그렇게 나 자신을 달래 왔다.
그러다 찾아온 2024년 여름, 나는 더 이상 내 구조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매일매일이 힘겨웠다. 이유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