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좋아하던 내가, 먹는 게 두려워졌다.

먹기 전에도, 먹는 중에도, 먹고 나서도 불안했다.

by 유호랑

#3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감기몸살, 독감, 비염, 장염, 위염, 결막염, 골절, 요통, 피부염 등등…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아파서 모든 것이 스톱되는 때가 온다.


하지만 그 아픔이 하루, 이틀, 일주일을 지나 몇 달 동안 계속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긴 투쟁이 시작된다.

나는 약 6개월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원인불명 소화불량에 저항했다.

그런데 긴 시간이 무색하게 나의 싸움은 단 하루, 아니 단 몇 시간 만에 끝나고 말았다.

몸의 증상에 속아 마음의 외침을 듣지 못했던 나.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해, 이 긴 투쟁의 기록을 남겨 본다.


지긋지긋한 소화불량은 2024년 5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외식하거나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 어김없이배에서 신호가 왔다. 처음엔 익숙하게 내과 약을 처방받고, 식습관을 조심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직전에 약속을 취소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걱정하며 친구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음식을 즐기는 날도 있고, 어지러운 나날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화불량이 찾아오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고, 나는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 나섰다.

내과에서는 약 처방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한의원을 찾았다.

주기적으로 약침을 맞았고, 자기 전엔 따뜻한 물주머니로 찜질을 했다. 한의학이 잘 맞는 건가? 점점 증상이 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9월부터 갑작스러운 속 울렁거림과 상복부 통증이 찾아왔다. 여태까지 겪어왔던 증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울렁거리고, 체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먹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식사 시간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집밥 위주로 식단을 바꿔보기도 하고, 차가운 음료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고, 공복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먹어보기도 하고, 식후에 무조건 산책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애를 써도, 소용이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침에 일어난 후부터 잠에 들기 전까지 내 신경은 오로지 ‘속 울렁거림’에 가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루 세끼 밥을 먹기 전에도, 먹는 중에도, 먹고 나서도 내 마음은 줄곧 불안했으니까.


10월 중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살은 무서운 속도로 빠졌다.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고, 초등학교 이후로 본 적 없던 앞자리 수를 다시 보게 되었다.

한의원을 옮겨서 한 달치 한약을 지었고 한 달 동안 밀가루와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면 바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버릇이 생겼다.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돈은 돈대로 들었지만 불안함을 가라앉히기 위한 하나의 생존 방법이었다. 그러나 곧 한의원도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방황하던 나는 결국, 유명한 가정의학과에서 하는 기능성 소화불량 정밀검사를 겨우겨우 예약했다.


그땐 그 정밀검사가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다. 그것마저 날 고칠 수 없다면 정신의학과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을 검사 당일, 스스로 날려버렸다.

왜냐고? 나는 이미 회복되었으니까. 그것도 단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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