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짧은 이야기 : 소설 2분 남짓]

by 손글송글


(모든 대화는 소곤소곤)


“어떻게 해? ”

“지금 들어가면 혼날 거야. 엄마랑 아빠가 주무시면 그때 들어가야 해. 오늘따라 아빠 약주 안 하신 건가? 왜 이렇게 불이 안 꺼지는 거야? “


진희와 가희는 집 대문 앞에서 자정을 넘기기 바로 전이다. 날은 차가워져 꽤 두꺼운 옷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진희와 가희의 아버지는 엄격한 편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도 10시까지 무조건 귀가를 해야 한다는 철칙을 강조하는 분이다.


오늘, 진희는 과친구 둘과 학교 근처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도서관이 아닌 경상대 입구계단에 앉았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래의 불안함과 이런저런 남들 연애, 좋아하는 배우 등을 후식 삼아 얘기를 이어갔다. 저녁 후 계획한 공부대신 잠시 쉴 틈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짐을 챙겨 나와 집까지 잘 왔는데 가희가 대문 앞에서 못 들어가고 있었다. 이유는 생일인 친구와 마신 맥주 때문이었다.


“넌 또 혼나려고 술 먹었어?”

“너까지 그러지 마라. 그래도 너랑 같이 들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아빠가 너 이번 달은 안 봐준다고 하셨는데, 어쩌려고... 에휴!”

“헤헤, 진희야, 우리 그럼 같이 혼나자. 너랑 같이 마셨다고, 네가 너무 공부 힘들어서 마셨다고 하자. “

“바보야, 내가 고민했는데 너만 마셨다는 게 말이 되냐?... 가자, 진짜 한 잔 하고 들어가자. 이래 혼나나, 저래 혼나나... “

“오, 역시 진짜배기 진희야!”

“넌 대책 없어 가소로운 가희고.”


그렇게 동네포차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주무시려니 생각했는데 일이 더 커지려는지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진희야, 아니, 언니, 너 먼저 들어가 봐. 혹시 불 켜고 주무실지도... 는 아니다. 근검절약이 몸애 밴 분인데... 그래도 네가 먼저 들어가. 아빤 나 보면 말도 안 들어보고 혼내실 거야. 응?”

“좀만 더 기다려보자. 내일 아침에 혼나야 늦은 것만 혼날 수 있어. 엄마는 이미 드라마 보신다 하고는 주무실 테고 아빠도 주무실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

“나 소곤거리며 말하는 것도 힘들어. 집 앞에서 못 들어가는 것도 싫어. 너무 춥잖아... 응? 들어가자!”


진희는 결심한 듯 대문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는 문을 열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계단 다섯 칸을 숨죽여 오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신발장을 열었다.


“언니, 뭐 해? 왜 신발장을 열고 서있어?”

“가희야! 아빠 아직 안 들어오셨어!”


진희는 뒤에 있는 가희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쌍둥이는 빠르게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추위는 사라지고 추억이 생긴 밤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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