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고 했던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내가 들어도 꼰대 같지만, 이젠 인정하련다. 나는 꼰대다!!
나는 학부 모교 출신의 대학원생이었다. 라떼는 말이야, 학과에 대한 투자가 전무했다. 학교가 공대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심지어는 내 지도교수님이 새로 짠 커리큘럼조차 심사 과정에서 마음에 든다고 앗아다가 융합학과에다가 쥐어주었다. 동기들은 전공에 대한 애정도가 높았는데, 대학교에 막 들어올 당시에는 수업도, 교수도 원체 적어서 뿔뿔이 흩어져 교양만 들었다.
그나마 있는 교수들 중 몇 명은 고인물이라 강의와 연구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많은 수업이 통폐합되었고, 선배와 동기들은 학부생들의 흔한 '자신이 전공에 대한 지식이 깊다'라고 자부하는 실수조차 범하지 않았다. 졸업할 때쯤 되어서야 통계와 데이터 수업이 강화되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취업을 하려면 각자도생 해서 스펙을 쌓고, 정보를 얻어야 했던 '라떼'를 안타깝게 여긴 학과장 교수님은 교육부의 신(新) 사업을 따왔다. 그리고 나는 해당 사업의 보조 인력으로 일했다. 문제는 보조 인력은 최소 2명이 필요했는데, 당시에 수료 상태가 아닌 한국인 대학원생이 나 말고 없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대학원생 2명 대신 나와 학부생이 함께 일하게 되었다.
월급도, 직급도 같았지만, 대학원생이란 이유로 나는 함께 일하는 학부생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같이 떠맡게 되었다. 아, 물론 나는 회사 생활 경험이 있고 저쪽은 아직 학생이라 없다지만, 이렇게까지 답답할 수 있나?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다. 나도 세 번까지는 일처리가 교수님께 올라가기 전 살펴보고 뒤처리를 담당했다. 다만, 내 코가 석자라 4번째는 봐주지 못했고 사고가 터졌다. 교수님과 함께 뒷수습에 진땀을 뺀 뒤, 나만 깨졌다.
뭐, 여기까지는 회사에서 누구나 일어날 법한 일이고 나만 특별히 투덜댈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원에 온 뒤에 달라진 점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시선과 입장에 몰입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인간관계 범위가 좁고 상호작용이 교수와 주로 이뤄지는 곳에서는 그렇지 않다. 문제의 원인인 학부생을 한심하고 답답하게 보자니, 교수의 시선에서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멈칫하게 되었다.
누워서 침 뱉기-란 생각에 결국 일은 점차 내가 대부분을 담당했다. 그게 마음이 편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렇게 학과장님과 내가 발에 땀 나가면서 학과를 위해 진심으로 일했지만, 학부생들은 학과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모른다. 여러 신진 교수들을 고용하고, 주기적으로 졸업생 선배들과 연결망을 구축하고, 취창업 및 통계 방법론 특강을 열어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은 나를 'NPC(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말을 걸어야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캐릭터)'취급한다는 것이다. 참여를 독려하거나 행사 진행 확인차 무언가 물으면 사람을 두고 '음 오 아 예...'만 반복하다 끝끝내 대답을 마무리 짓지 않았다. 교수님들도 나를 일꾼취급하지 않는데, 학생들은 나를 학교의 부속품처럼 보았다. 본인의 용건을 요구할 뿐, 내쪽에서 시작하는 의사소통은 감히 허락받지 못한 느낌이었다.
교수님들조차도 요즘 애들은 다르다며, 코로나 이후로 사회생활 경험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쓴웃음을 흘렸다. 그 이후로는 20대 초반, 풋풋하고 꽃다운 어린애들이 그저 대가리 꽃밭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교수님이 본 나 역시 바보 같을 것이라 생각해서 표현만 못할 뿐, 인사성 밝고 환하던 나는 점차 인간에게 냉소적으로 변했으며, 스트레스는 안으로 곪았다.
그렇게 나중에는 인사만 안 해도 아니꼽게 보이는 꼰대가 것이다. 지금이야 젊은 꼰대지만, 점점 그냥 그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