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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제 Sep 12. 2022

시간을 돌려주는 사자 이야기

내일


캐스팅을 보고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정말 좋아하는 웹툰이고, 드라마화되면 좋겠다고 무척이나 바랐던 터라 실망을 넘어 속상하기까지 했다. 대충 어떤 그림이 나올지 감이 오는 그런 캐스팅이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희망을 품기로 했다. 보지도 않는 건 의리가 아니잖아.


솔직히 시작하자마자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이런 식으로 뭉개버리는 첫 회라니. 이런 식으로 망치기엔 너무 아까운 내용인데. 이렇게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의리를 끝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꾹 참고 보다 보니 항마력도 좀 생기고 적응도 좀 됐달까. 웹툰에서 봤던 에피소드가 재현되었다는 뿌듯함과, 주워갈 만한 몇몇 명대사들에 기대어 결국 완주를 하고야 말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를 추천하지는 않지만, 스토리만큼은 여전히 추천할 만하다. 자살 예정자들을 구하는 저승사자라는 설정과, 그 저승사자들이 인간이던 시절의 이야기가 뒤섞인 드라마에 불편한 장면이 있을 리 없다. 벌 받을 자들에게 벌을 주는 저승사자의 존재는 상상 속에나마 존재하는 것이 통쾌하고,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돌아보는 산 자들의 삶은 더욱 빛이 난다. 나야 아직 산 사람이라 내 삶과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볼 수 없지만,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는 여기가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믿고 밝게 살아보고 싶다.



네가 정하거라. 멈춘 시간 속에 살지 흐르는 시간 속에 살지.



흐르는 시간 속에 사는 것이 축복이라는 걸 우리는 종종 잊는다. 그래서 이런 생사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소비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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