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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ie Coree Jul 22. 2021

사랑을 먹고

노인이 말한다

아이야 웃어라

마음껏 웃는 게 아이지

아이야 웃어라


아이야 울어라

마음껏 우는 게 아이지

아이야 울어라


아이야 자라라

쑥쑥 자라는 게 아이지

아이야 자라라


그는 거울 앞에서 말한다

아이는 어드메 가고

마음껏 웃지도 울지도 자라지도 아니한

낡은 껍질만 홀연히 남았는가


노아老兒의 아버지가 말한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내게 너는 여전히 아이로구나

웃고 울고 자라라

나를 먹고 자라라

 

...


무한한 사랑을 먹으며 자라나

사랑의 열매를 맺어라

값 없이 받았으니

값 없이 내주어라

사랑은 본디 값이 없어

나눈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깎아내려서 깎이는 것도 아니니

사랑에 값을 매기지 말라

마음이 흡족했다면

그것으로 지나간 것


다만 유한한 것은

흙에 매인 육신의 능력이고

흙이 될 육신에 부여된 시간도 그러하니

육신과 시간에 얽매일수록

해와 달이 갈마드는 사이에

마음도 한계를 지니게 되어

떼 간 이도 없건만 도둑맞은 기분으로

효율 따져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인생함정이라




표지: 어느 블루베리 농장. Levin, NZ. 11 Nov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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