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Oct 22. 2020

십구 년 팔 월 팔 일의 일기

타오름달, 여드레

하루 종일 매미 소리와 함게한,

덥고 또 더운 여름이었다.


동시에,

매미 소리를 매개 삼아

내 어린 날의 추억 한 장면 속으로 돌아갔던 날이기도 했다.


대청마루에 누워서 눈을 감았을 때 느껴졌던 그 모든 것들.


귓가에 쉴새없이 들려오는 매미 소리,

탈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머리칼을 살짝 흔들 정도의 선선한 선풍기 바람,

그리고 옆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시며 툭툭 말을 내뱉으시던 할머니의 말소리와,

코에 닿는 순간 안정감이 느껴지는 할머니 냄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포근히 감싸안고 있는 듯 했던 그 때 그 느낌이

순간 나를 스쳤다.



문득 확 눈을 뜨면서, 곧바로 현실로 돌아왔지만,


붉은 주황 노을 빛이 들어오는 내 방에 누워 그때의 평온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그거면 되었다.


이전 02화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일들의 부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