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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y 08. 2021

꽃을 샀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운동을 하고 밖에 나오니 바람이 엄청 불고 있었다.
재킷을 여미며 걸어가는데,
길 한 편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아. 내일 어버이날이.

옆에 은근슬쩍 끼어서 꽃을 살피기 시작했다.
비싼데, 그렇다고 엄청 예쁜 조합은 아니어서
돌아 나와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 중간중간 꽃 파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렇게 30분을 서성거리다가
결국 돌고 돌아 두 번째로 구경했던 꽃들에게 갔다.
노오랗고 예쁜 꽃이 기다랗게 피어있었다.

이름도 잘 모르지만, 분홍 빨강 카네이션 속에 혼자 노랑인 게 너무 독특해서, 바로 3만 원을 긁었다.

나는 독특함을 참 좋아한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상하진 않은.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본 색(깔)을 잘 지키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어쨌든, 그 예쁜 꽃을 들고 버스를 타러 걷다가 너무 세게 부는 바람에 방향을 돌려 택시 쪽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땐, 집에서 가족들이 족발 파티를 하고 있었다. 언니가 도로주행을 합격했기 때문이다. 필기부터 기능 시험을 거쳐 도로주행까지 그렇게 바로바로 한 번에 끝을 냈다.

언니는, 실전에 강한 타입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옆에서 봤을 땐, 크게 노력하지 않다가 필요할 때 어마 무시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결국 해내는,
짧고 굵은 스타일.
계획, 준비를 해야 마음이 놓이고, 두 발 짝 걷는 연습을 해야 겨우 한 발 짝 걸어 나올 용기가 생기는 나와는 조금 다른 성향이다.

두 성격 다 장단점이 있지만, 요즘은 언니의 성격적 특징도 배우는 중이다. 완벽한 준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결국 본 게임에서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물론 과정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과정만큼, 결과가 중요하고,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 딱 서로만큼.

나는 다음 주에 도로주행 시험 치러가는데 재밌는 경험이 되길 바라고 있다. (제발)

추운 봄이 지나면, 곧 더워지겠지.
일정한 공간에, 정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하루가 너무 짧다.
그렇게 일주일은 또 훌쩍 지나고,
한 달이 또 슬쩍 자리를 옮기면,
또 다른 계절이 부쩍 다가온다.
그렇게 한 해가 맥쩍게 안녕을 말하고,
새 해가 멋쩍게 웃으며 안녕을 묻는다.

나는 또 객쩍게 나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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