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뭘 기다리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말이다.
처음이니까 제발 아름답길 바랐던 내 기대는
잠시, '역시 인생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헷우음이 되었다가
그 모습 그대로 메마른 가지가 되어 스스로를 찔렀다.
그렇게 상처가 생겨버렸다.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말라비틀어진 가지도 쳐다봤다.
너는 왜 메말라버려야만 했을까.
너는 왜 나의 작은 공간에 상처를 남겨야만 했을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나의 표정에
나뭇가지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내가 한 거 아니야."
나는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너지."
"내가 메말라버린 것도, 그래서 닿기만 해도 상처를 남기는 모습이 된 것도, 다 네가 그런 거야."
"여긴 네 마음 속이니까.
스스로에 대한 온기가 충분했다면 나는 오히려 멋진 나무가 되어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만이 바꿀 수 있어. 여기 내 모습도. 이 상처도.
나는 열매를 단 멋진 나무가 되고 싶었어. 알아?"
결국 나였구나. 내가 그런 거구나.
그래 놓고 네 탓을 했구나 내가.
그제야 여기저기 다른 상처들이 보였다.
이 모든 상처를 내가 만든 거구나.
가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이 닿은 부분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지는 놀라움과 환희가 가득 섞인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렇게 하나씩 바꿔야겠다.
이 공간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
평생 내 편이었고, 이고, 일 나인데.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깊고 또 깊게 다짐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