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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Nov 21. 2021

꿈속에서도

놀랍게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뭘 기다리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말이다.


처음이니까 제발 아름답길 바랐던 내 기대는

잠시, '역시 인생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자조 섞인 헷우음이 되었다가

그 모습 그대로 메마른 가지가 되어 스스로를 찔렀다.


그렇게 상처가 생겨버렸다.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말라비틀어진 가지도 쳐다봤다.


너는 왜 메말라버려야만 했을까.

너는 왜 나의 작은 공간에 상처를 남겨야만 했을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나의 표정에

나뭇가지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내가 한 거 아니야."


나는 눈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너지."

"내가 메말라버린 것도, 그래서 닿기만 해도 상처를 남기는 모습이 된 것도, 다 네가 그런 거야."

"여긴 네 마음 속이니까.

스스로에 대한 온기가 충분했다면 나는 오히려 멋진 나무가 되어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니 너만이 바꿀 수 있어. 여기 내 모습도. 이 상처도.

나는 열매를 단 멋진 나무가 되고 싶었어. 알아?"


결국 나였구나. 내가 그런 거구나.

그래 놓고 네 탓을 했구나 내가.


그제야 여기저기 다른 상처들이 보였다.


이 모든 상처를 내가 만든 거구나.


가지의 손을 잡았다.

내 손이 닿은 부분이 변하기 시작했다.


가지는 놀라움과 환희가 가득 섞인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렇게 하나씩 바꿔야겠다.

이 공간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

평생 내 편이었고, 이고, 일 나인데.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깊고 또 깊게 다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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