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대기 암환자가 되었다.

by 손찻잔
어쩌면 암일수도 있어요.
세포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비정형으로 나왔습니다.
비정형이 뭐냐면,,,,

어쩌면 암일수도 있어요.

네? 뭐요?

내 삶에 갑자기 암이요?


의사선생님은 '어쩌면'에 방점을 두고 말씀하셨지만, 내 귀에는 '암일수도'에 잔뜩 열렸다.

그렇게 어제부터 나는 암 대기환자가 되었다.


타임라인을 이렇다.


병원 1. 시작

작년 말 정기검진 막차를 탔다.

병원은 이전에 건강보험 정기검진을 받았던 회사.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이전 검사에서 유방 미세석회화 발견되었는데 병원 가 보셨어요?" 라고 물으셨다.


"아뇨, 그런 게 나온지도 몰랐어요."

"이번에 나오면 꼭 추가 검진 받아보세요."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 길,

미석세화? 미세화? 뭐라고?

이름도 잘 모르는 그것이 무엇인지 버스에서 검색해 보는데

은근 미세석회화가 유방암일 확률이 있다는 말에 가슴에 살짝 '쿵'했다.


지금까지 건강검진 받는 동안 이렇게 결과를 기다려본적이 없는 것 같다.

결과는 여전히 미세석회화. 그것도 양쪽 가슴 전체적으로 분포라는 결과였다.


결과를 보면서도

"미세석회화 중 암인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하니까 난 괜찮겠지.

평소 뽑기 운 없는데, 이런 뽑기에 내가 뽑혔을리 없어" 라고 애써 생각했다.


그래도 열심히 미세석회화를 검색해보니,

맘모툼 시술을 많이 한다고 해서,

집 앞 병원에 맘모툼 시술이라고 써 있으니 거기로 가자! 하고 예약하려던 찰나.


혹시,,, 진짜 암이면? 이란 생각이 스치면서

집 앞이라고 무작정 갈게 아니라 그래도 좀 찾아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버스타고 15분 거리에 비교적 최근에 생긴 병원이 있었고,

의료진 전원 여자 선생님이란 말에 바로 예약을 했다.


건강검진 받은 병원과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서,

병원에서 CD와 결과지 등을 떼서,

새로운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 2.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정기검진에서 미세석회화가 발견되어서 검사하러 왔어요"

병원에서 상담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상담 실장님이 갑상선도 보시나요? 한 마디 하셨는데...


작년에 갑자기 목에 혹 같은 게 생겨 약을 처방받아 먹은 기억이 떠올랐고,

마침 한 달 전쯤에서 살짝 뽈록한 게 만져져서

그러겠다고 했다.


진료비가 좀 들더라도 이상없다는 이야기 들으면 마음 편하니까.

어디 하나라도 안심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초음파를 보는데,

유독 목에서 머무르는 초음파 기계.........

........

........


자꾸만 저장되는 화면들......

........

........

뭔가 남기는 게 많은 건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은데?


초음파 사진을 찍고 난 후

원장님과 상담하는데


병원 방문의 목적이었던 미세석회화는 지금은 지켜보자고 하셨다.

다만 6개월 후에 보기엔 조금 불안하니 3개월 후에 보기로.


문제는 목이었는데,,,

갑상선은 처음부터 조직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단 미세침을 넣어서 하는 세포 검사를 먼저 한다고.

그런데 오른쪽에 세포 검사를 해 보는 게 좋겠다고..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면, 해야지요.

라면서 어쩌다보니 갑상선 세포검사가 추가로 잡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다시 검사일을 잡아 방문한 병원

불쾌한 침이 목을 긁는 느낌.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불쾌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함이 갑자기 엄습했다.



병원 3. 큰 병원을 가보는 게 좋겠어요


"비정형세포는 지금은 암세포가 아니지만, 암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큰 병원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걸 추천해요.

갑상선암은 진도도 굉장히 느려서 암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크기가 되기 전에는 수술을 안해주기도 하고

지금 사이즈가 작고, 암 확진도 아니니 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 편하게 먹어요"


원장님 말씀은 아직 암은 아니니,

꾸준히 추적 관찰하고, 혹시나 암으로 발전하면 수술할 수 있도록

큰 병원을 가보는 게 어떠냐는 거였다.


지금 즉시, 가야 한다는 그런 것이 아니기에 한편 안심은 되었으나,

결론은 어쩌다 보니 대기 암환자가 된 것이다.


어제 병원을 방문했고,

오늘 아침 병원에서 연계해 주셔서 3월 25일에 대학병원에 진료를 보러 간다.


큰 일이 생기면

호들갑은 무엇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멘탈 잡는 것을 우선으로, 그 와중에 좋은 것부터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 덕분에

기분도 비교적 오늘 날씨 정도의 서늘함만 든다.


그럼에도 혹시 3개월 후 가슴 추가 검사를 하는데, 이 결과도 나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맴돈다.


그래서 쓰게 된 글.

둘 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나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도 있으니까.

그때까지 흔들리는 멘탈을 잡는데

역시 글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내 삶에

대기 암환자라는 새로운 챕터가 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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