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일하고서 알게 된 것

by 손찻잔

요즘 노션 페이지를 만들면서

내가 하는 일, 하던 일, 하고 싶은 일, 할 일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5년 전에도 글을 썼고,

지금도 글을 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15년 전에는 보도자료를 썼고,

10년 전에는 캐러셀 콘텐츠를 만들었고

5년 전에는 데이터 기반 콘텐츠를 기획하고

현재는 스토리를 빌딩한다.


이 모든 과정에 글, 텍스트가 있었기에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 스스로를 명명했다.


회사 소속이었을 때는

PR매니저,

대행사 AE,

콘텐츠 매니저로 불렸고,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에디터, 작가, 콘텐츠 기획자, 채널 전략가, 텍스트 기획자 등으로 불렸다.


이 중 텍스트 기획자는 스스로 지었던 명칭인데,

가장 잘하는 것으로 내 정체성을 가져가려 했던 것이다.


영상도 만들고, 웹툰도 만들지만

영상 시나리오도 웹툰 기획컷들도 모두 텍스트로 이루어졌기에

결국 나는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실제 대학 때 활자중독이라 불릴만큼 글자를 읽는 것에 집착했으니

이 명칭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오늘 링크드인이나 SNS 자기소개에 텍스트 기획자를 스토리빌더로 변경했다.


스토리빌더: 기업과 개인이 가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말들을, 스토리로 꿰어내는 사람.

어느 날, 조카의 물음에

"사람들이 이모랑 이야기 하다보면

10년 지기 친구한테도 말 못했던 것들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고 있대.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하는데,

이모는 그 말이 되게 좋아.

뭔가 남들이 모르는 가치를 이끌어내는 사람 같아서"


라는 답을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


"내가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가?"


그렇다.

그 동안 해왔던 건 사람들의 이야기, 삶의 다양한 모습을 글로 풀어냈던 것

글 역시 도구였고, 결국 내가 좋아했던건 사람 사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스토리텔링 콘텐츠라는 유형이 자리잡기 전에

가상의 이야기, 예시 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쓰기 시작했다.


사례를 수집하거나 가공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정책을 보면 그 대상자의 삶이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으니까.

내 친구의 상황이었거나,

책에 나오는 인물이었거나,

영화 주인공이 대상자로 딱이었다.


결국 정책이라는 것은 삶을 돌아보는 것이었기에 늘 내가 쓴 글의 도입은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들인 힘에 비해 흔히 히트친 콘텐츠가 많았고,

그렇게 어렵지 않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요즘 한발 떨어져 본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다만 이야기꾼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주워 담아 빛나게 하는 게 좋다.


그리고 브랜드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삶과 닿아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5년 전 프로젝트 후기에 쓴 콘텐츠가 요즘 어느 정도 구현되고 있는 듯 하다.

이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


아무래도 이 일을 15년은 더 할 것 같아.


죽을때까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쁜 삶들 속에서

40대 중반에 뭘 좋아하는지 깨달은 건 큰 축복인 듯 하다.




[5년 전 쓴 글]

https://brunch.co.kr/@yuiyui/79

https://brunch.co.kr/@yuiyui/80



[노션]

https://elevenmonth12.oopy.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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