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1|진작에 나부터 브랜딩 할걸

1단계 자기 인식_나에 대해 공부하기(나를 이해하는 글)

by 유됴이

퍼스널 브랜딩. 하겠다고 큰 소리는 쳤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요즘 나의 단짝인 챗gpt한테 물어본다. 퍼스널 브랜딩은 “단순한 자기 홍보를 넘어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며, 크게 6단계를 거치며 정립된다고 한다.


퍼스널 브랜딩 6단계
1. 자기 인식 - 2. 정체성 설계 - 3. 목표 설정 - 4. 표현 수단 - 5. 콘텐츠 설계 - 6. 일관된 실행


위 과정을 통해 ‘개인의 이미지, 가치, 능력을 전략적으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정의되는 퍼스널 브랜딩이며, 나의 첫 브런치 북 목표이기도 하다. 초심자라면 자고로 본인의 생각을 배제하고 레시피 그대로 움직여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법이니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 이 끝에 뭐가 있을지 불확실한 채로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1단계 자기 인식, “나는 어떤 사람인가?”

차근차근 써 내려가본다.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것부터,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자발적으로 기꺼이 해 온 것, 하기 싫은 것, 마지못해 시늉만 한 것들에 대해서.

마케팅, 기록, 컨텐츠, 여행, 반신욕, 산책, 독서, 발레, 강아지, 사람, 운동, 보고서, 피피티, 엑셀, ….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강아지와의 카페 타임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것들만 써 내려가다가 문득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내 단짝에게 가본다. “자기 인식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건데?” 단짝이 답한다. 나를 이해하는 글”을 써보라고. 그리고 친히 도움이 되는 질문들을 함께 던져준다.


- 나는 왜 마케팅을 선택했을까?
- 내가 지치지 않고 몰입하는 순간의 공통점은?
- 타인이 말해준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나는 어떤 단어에 끌리는가: 내 인생 키워드


내가 마케팅을 택한 이유.. 사실 마케팅을 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정치외교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나는 외교부에 들어가고 싶었다. 시간은 들였지만 최선을 기울이진 못했던 탓에, 덜도 더도 아닌 딱 내 노력만큼의 결과를 얻고 낙방했다. 다시 도전할 용기는 없어서 사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 인턴으로 들어간 직무는 해외영업이었다. 외교와 해외영업, 외교관과 민간외교관. 맞닿아 있어 보였다. 아주 똑똑한 선택을 한 것 마냥 뿌듯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고객사와 서로 다른 시차에 지연되는 의사 결정과 당연시되는 야근으로 파탄난 워라밸.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시국이 닥쳐와 해외 출장은커녕, 해외 우편으로 샘플 주고받는 것조차 제약이 컸다. 재미를 1도 느낄 수 없었다. 재미가 없으니 지속할 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이때, 나의 직장을 고르는 기준은 프롤로그에서와 설명한 것과 같이 '재미'가 되었다.


그래서 나의 정식 첫 커리어는 ‘팝업스토어 MD’였다. 팝업스토어 대행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브랜드와 공간을 이어주는 중간자의 역할이었다. 직무는 상품을 기획하고 소싱하는 머천다이저로 명명되어 있었지만, 스타트업 체계 그리고 M(뭐든) D(다한다)라는 악명이 붙여진 직무 특성상 나는 아주 많은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팝업스토어에 관한 한 기획-영업-운영-홍보를 아우르는 올라운더 플레이어가 되었다. 마케팅이 주된 업무는 아니었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더 큰 회사로, 운 좋게도 진짜 ‘마케터’라고 불리는 직무로 점프 이직에 성공했다. 나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구체화된 어떠한 것들이 소비자의 반응을 일으키고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게 뿌듯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마케터가 되어있었다.


내가 몰입하는 순간은 나에게 ‘자율성’이 있을 때다. 내가 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내 스스로 결정하고 나에게 자율성이 부여된 환경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당연하듯이, 체계가 잘 잡혀있는 큰 회사에서의 마케팅 업무는 내게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주지 않았다. 스타트업에선 오히려 너무 많은 책임이 따라 힘들었는데, 여기선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됐다. 실무보다 페이퍼 워크와 보고가 더 중요했고, 결과가 잘 안 나왔더라도 꾸역꾸역 잘 된 점을 욱여넣어 보고서를 보기 좋게 만들면 유야무야 넘어갔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편했다. 편하고 재미없었다. 무색무취 업무에 한계가 달할 시점에 선배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고, 친한 선배랑 일하면 적어도 회사 다니면서 메신저 주고받는 재미는 있겠다! 하고 쉽게 생각한 것이… 지금 내가 백수가 되어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타인이 말해준 내 모습 중 내 마음에 가장 콕 박혔던 것은 ‘외유내강’과 ‘강강약약’이라는 표현이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여릴 것만 같은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잘 다스릴 줄 안다고. 강해야 될 때 세게 나갈 줄 알며, 약해야 될 때는 또 잘 배운 다정한 모습이 좋게 보인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날 좋게 봐준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계속해서 그런 말을 들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한다. 매일 조금씩 더 세상을 친절하게 대해주고, 부당할 땐 지켜야 될 걸 위해서 싸워나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 안에 다정함을 더욱 잘 가꾸고 지켜나가면서 말이다!


나는 어떤 단어에 끌리는가: 내 인생 키워드라… 이게 오늘의 ‘나를 이해하는 글’ 여정의 핵심이구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딱 한 단어를 고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잘 아는 누군가라면 확실히 알 것이다. “사랑”이라고. 나는 나이가 들더라도 기꺼이 사랑 예찬론자로서 살아가고 싶다. 사랑 하나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낭만적인 사람으로, 사랑의 멋짐을 아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 삶을 풍요롭게 채워 줄 ‘사랑’을 늘려가고 싶다. 지금까지 내 세계에서의 사랑이라 하면 사람이나 반려견과 같은 생명체를 향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그 대상을 점차 넓혀가 보려고 한다. 취미를 준전문가 수준으로 깊게 개발하기도 하고, 다시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언제나 내 삶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컨텐츠도 쟁여두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나의 커리어 (일) 에도 맞닿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한다. 내가 구축한 나의 브랜드와 가장 잘 맞는 일을 발굴해서, 나의 일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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