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백수라 쓰고 퍼스널 브랜딩이라 읽습니다.

환승이직 실패, 백수로 급발진

by 유됴이

꽉 찬 4년 간의 직장 생활.

그 중간에 한 번의 이직이 있긴 했지만 그건 아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커리어 디벨롭의 개념이었다. 그리고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번에도 그랬어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바라왔던 못다 이룬 꿈 외에는 되고 싶었던 것도, 크게 관심 있는 것도 없는 나는 커리어를 정할 때 “재미”라는 기준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곤 했다. 커리어라는 중대한 결정 앞에 그다지 신중하지 않은 태도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재미는 커리어 지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믿었다. 재밌는 일은 재미없는 일보다 나을 거란 건 너무나도 합리적인 판단이니.


그래서 내 첫 커리어와 두 번째 직장은 내가 가진 선택지 중 가장 흥미 있어 보이는 곳들이었고, 친했던 선배로부터 제안받았던 세 번째 이직처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업무가 아닌 사람에 대한 기대였지만. 그런데 그 관계는 아주 조그마한 일로 금이 갔고, 자연스레 이직이란 선택지도 사라졌다.


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잘 몰랐던 탓에, 아주 사소한 요소인 재미만을 좇았던 선택 끝에, 내 커리어는 그렇게 쉽게 중단됐다.


‘그럼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며, 어떻게 일하며 살아야 하는 거지…?’


퇴사는 코앞이고 이직처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직 시장에서 찬바람이 가장 쌩쌩 부는 한겨울이었다. 모든 게 불투명해진 시점에 내게 확실한 거라고는 (원 계획대로였다면 퇴사와 입사일 사이 주어진 잠깐의 꿀 같은 2주간의 휴식 시간 동안 다녀올) 엄마와의 3박 5일 태국 패키지여행 계획뿐이었다.



“일단 여행 다녀와서 생각해 보자” 막상 여행을 다녀오니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펼쳐진 패키지여행 특유의 강행군 여파로 며칠간 골골대다가, “그래, 원래 쉬기로 했던 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쉬자” 그러다 보니 이미 달의 2주가 지난 시점이 되어버려서, “이렇게 된 김에 이번 달까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쉬자…”


사실을 고백한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오래 쉬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한 달을 내 멋대로 보내고 나니, 내 시간이 갖고 싶어졌다. 그토록 쉽게 멈춰버린 내 커리어에 대해 떠오른 질문에 답변을 찾아보는 시간을 말이다. 백수라 쓰고 퍼스널 브랜딩이라 박박 우겨보는 시간을.


타성에 젖은 업무,

주어진 일을 ‘적당히 잘’ 처리하는 걸 제일 잘하는 나.


일은 일로만 두는 게 편하다며 합리화하면서도,

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을 경외하는 나.


그런 나에게 어떠한 강제적인 일이 주어지지 않은 때,

- 어디에 가장 강하게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인지

-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지

- 어떤 일을 할 때 온 마음을 다 쏟을 수 있는지

내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딱 6개월만, 180일이란 방학을 선물하기로 급발진했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브랜딩을 하며 브랜드의 인생은 들여다봤지만, 정작 내 인생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브랜딩은 해봤지만, 퍼스널 브랜딩은 처음이라.


나 조차도 이게 맞나 싶은,,,

퍼스널 브랜딩 초심자의 우당탕탕 내면정돈 그리고 외면기획 일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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