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넘어선 여행지 크라쿠프, 안녕.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3박 4일을 머문 후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간다. 함께 지낸 영배와 언젠가 다시 만나길 약속하고 작별했다. 나는 그에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제 기차역으로 향한다. 역에는 새롭게 향할 목적지에게 기대를 뿜어내는 많은 여행객들이 보인다. 나와 같이 배낭을 맨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내 마음은 다시 편안한 방랑객의 여유를 갖는다.
두 번째 타는 야간열차가 벌써 익숙하다. 플랫폼를 확인하고 기차에 오른다. 이번 열차에는 따끈한 머핀이 서비스로 침대 칸에 올려져 있다. 준비되어 있는 시트를 침대에 깔자 안락해보인다. 야간열차가 생각보다 잘 되어 있어 이동하는 재미가 있다. 함께 탄 칸에는 아기와 함께 부부가 있다. 귀여운 아기에게 인사를 하고 짐을 정리했다. 승무원이 한국사람 김성국을 안다면서 농담을 건넨다. 내 자리가 원래는 3층인데 좋은 자리인 가운데 층을 써도 좋다고 한다. 3층에 예약이 없어 괜찮다고 한다. 기분 좋은 인심에 미소가 오고 간다. 즐거운 여행의 요소가 곳곳에 있다.
자리에 누워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손이 가는 대로 선곡했는데 신기하게도 영화<말할 수 없는 비밀>의 ost '시간을 넘어서'가 흘러나온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크라쿠프의 추억이 흐른다. 폴란드 크라쿠프는 특별했다. 정말 '시간을 넘어서' 아우슈비츠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를 만났고 실제 그리고 영화속 유대인들을 만났다. 이번 배낭여행에서 갔던 많은 도시들 모두 좋았지만 크라쿠프는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는 현지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좋은 친구들 만나 많은 베품을 받았다. 언젠가 또 오고 싶다. 관광지로써가 아니라 사람 그리고 분위기로써 크라쿠프는 대만족이다.
영어로는 Vienna라고 하는 빈(Wien)은 도시가 크다고 한다. 계획상으로는 이틀을 머물 예정인데 또 어떤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 궁금하다. 프로이트 박물관이 가장 기대된다. 300년 된 카페에도 가보고 싶다.
열차가 움직인다. 출발이다. 달리는 밤기차의 소리가 좋다. 덜컹이면서도 제 할일을 잘 해내는 모양이 충실하게 느껴진다. 나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다고 은은하게 속삭이는 소리같다. 어두워진 기차 밖 풍경을 보며 감상을 글에 담는다.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오늘 숙소에서 만난 세계여행을 6개월 째 이어가고 있다는 한국 친구가 말했다. 여행을 길게 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라고 했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한다. 여행에 익숙해지는 건 좋은데 감흥의 정도가 떨어지거나 여행의 초심을 잃는 때가 많다는 뜻도 한 몫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초심을 잃을 때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인생이 여행과 같기 때문에 이 말도 일리가 있다. 실제 내가 그렇게 느끼지 않는가. 그렇기 때문에 여행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매순간 지금, 여기를 여행해야 한다. 열정적으로 느끼되 있는 그대로의 순간들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내 마음에 많은 것을 담을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눈을 찾을 수도 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행에서 인생을 다시 배운다. 복습하고 다시 배우고 다시 느낀다. 이 또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