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니첼부터 비엔나 소시지까지
비엔나에 도착한 첫째 날, 허기진 배를 붙잡고 관광안내 책자를 뒤졌다. 현지 음식을 먹을 여유도 없이 눈에 들어온 것이 라면이었다. 라면이 있다니. 나는 입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키며 그곳으로 향했다. Akakiko라는 곳에서 해물라면을 주문했는데 밥까지 추가로 시켜서 배를 채웠다. 해물라면이 전혀 맵지 않으면서도 맛있었다. 다양한 해물과 라면 그리고 채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비엔나에서도 인기가 많은 식당이라 체인점이 10개나 있다고 한다.
둘째날은 현지식을 찾았다. 책에 추천된 곳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한참을 걷다가 조금은 헤매다가 겨우 위치를 찾아냈다. 그런데 여름 휴가를 갔다. 이럴수가.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는지 친절하게 한글로도 휴가를 표현했다. 작은 글씨의 한글을 발견하고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떨어져가는 에너지를 붙잡으며 나는 다시 시내로 향했다. 어찌 됐든 현지식 슈니첼을 먹기위한 생각으로 거리를 둘러봤다. 겨우 찾은 곳에서 나는 슈니첼을 주문했다. 슈니첼은 우리나라의 돈까스와 비슷하다.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긴 요리이다.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세트메뉴를 주문했는데 매우 짰던 스프와 애플파이, 그리고 슈니첼이 나왔다. 푸짐한 양은 배고픈 내 뱃속을 만족시켰다.
주인 아주머니는 계속 여기저기를 닦는다.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밖에 있는 테이블 위의 그릇들을 나르고 서빙하며 한참을 바쁘게 일한 한 직원이 밖에 앉는다. 주방에서 일하던 직원과 함께 앉아 휴식을 취한다. 담배를 한 대 태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잠시 후 들리는 깔깔대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경쾌하다. 듣는 사람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전원주 아주머니의 웃음소리다. 잠깐의 휴식이 그녀에겐 아주 달콤해보인다. 다시 얼굴에 미소를 찾은 그녀는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다시 일한다.
일하다보면 혹은 살다보면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잠시라도 좋다. 쉬면서 해야한다.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라도 휴식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잘 돌봐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여행지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고 내가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휴식을 취한 기분이 든다. 여행에서는 사소한 것도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잘가라는 상냥한 말이 포근하다. 식당을 나서며 식당 간판을 보니 'MAMA'S KITCHEN'이다. 왠지 뱃속이 더 포근한 느낌이다.
밤에는 숙소에 있는 두 분과 함께 필름 페스티벌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축제가 많이 열린다. 시청사 앞에서 필름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해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 그쪽으로 갔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서는 공연을 중계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선선한 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나는 일행과 함께 소시지를 사오고 맥주를 주문했다. 이로써 비엔나에 와서 비엔나 소시지까지 맛봤다. 맥주맛이 시원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