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에서의 둘째 날 밤, 비가 왔지만 열심히 여행을 이어간 나에게 포상을 주기 위해 맥주집을 찾았다.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고 해서 비를 뚫고 찾았다. 게트라이데 거리 근처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꽉 찬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온다. 앉을자리가 없다. 가운데 Bar가 눈에 들어와서 그곳에 앉았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에게는 딱인 자리다. 1층에 일하는 직원 두 명이 굉장히 바쁘다. 주문을 받고 쟁반에 맥주 여러 잔을 올려 나른다. 나는 영어 메뉴판을 부탁하며 우선 이곳의 유명한 전통 생맥주 스테른 비어를 주문했다. 사이즈는 물론 Big One이다.
맥주를 먼저 맛본다. 600년 전통의 맥주 맛이 기대된다. 맛있다. 신선하고 맛있는 생맥주의 특징은 생맥주가 밀맥주와 같은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면 신선함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점심을 먹은 이후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나는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켠다. 시원하고 맛있다. 이 맥주집은 16세기에 작은 양조장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에 다시 공사를 해서 지금의 건물이 되었고 맥주 맛은 전통만큼은 600년의 맛을 자랑한다. 17세기에는 잘츠부르크가 고향인 모차르트가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나는 안주로 치킨을 시켰다. Deep fried chicken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주문했다. 600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맥주집에서 치맥을 먹는다. 한국에서 익숙한 치맥을 오스트리아에서도 경험해본다. Deep fried라고 했으니 우리 표현인 '후라이드 치킨'이 바삭하게 튀겨져 나올 것 같다. 다시 맥주를 입으로 갖다 댄다. 사실 더 벌컥벌컥 마시고 싶지만 아직 안주도 안 나왔다. 그런데 맥주는 500cc 잔의 3분의 2가 벌써 없어졌다. 안주가 나오면 당연히 한 잔은 추가로 더 마실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내가 앉은 Bar는 'ㄷ'자처럼 되어 있는데 건너편에 앉은 부부가 나란히 앉아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금요일 저녁인 지금 이 맥주집 안에 있는 모두는 맥주 한 잔에 근심을 털어버린 듯 홀가분한 수다들이 오고 간다. 특이한 것이 맥주집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너무 시끄럽진 않다는 것이다. 왁자지껄한 게 아니라 저녁을 맥주와 함께 즐기고 있는 분위기 같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은 즐거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맥주잔을 부딪히며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한다. 나는 여행객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며 마음속의 건배를 외친다.
Cheers!
주문한 치킨이 나왔다. 치킨은 치킨 돈가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노르스름한 튀김옷을 입고 주위에는 감자와 오이가 함께 있다. 마치 뼈 없는 치킨의 덩어리가 크고 조금 더 고급스러운 튀김옷을 입은 느낌이다. 맛은 어떨까. 유럽이니 나이프와 포크를 써서 나름 고급스럽게 치킨을 썰어서 맛을 보았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부드럽고 따뜻한 치킨의 맛이 입안에 느껴졌다. 맛있다. 평가에서 자유로운 내 입맛에 참 뭐든 맛있다. 다시 맥주를 들이켠다. 맥주 한 잔을 더 주문해야겠다. 내 테이블 담당 직원은 여전히 바쁘다.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내 치킨이 늦게 나와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었다. 한참 바쁜 것 같아 천천히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센스 있게 지나가며 말한다.
"Another one?"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Oh, yes. Please!"
새로 배달된 두 번째 스테른 맥주의 신선한 맛을 본다. 그리고 그 맛을 음미하며 장기기억으로 보내려 노력해본다. 이번 유럽 배낭여행에서 여러 나라의 맥주 맛을 보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양조장을 가까이 두고 직접 맥주를 공급받아서 신선한 맥주를 파는 곳의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맥주가 적당히 시원하다는 점인데 매일 공급을 받거나 직접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양조장으로부터 내온 맥주를 바로 판매하기 때문에 어떤 추가 저장을 위한 조치 없이 그 맛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짧은 지식에 나름의 짧은 경험으로 느낀 바이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유럽의 맥주는 참 맛있다. 이번 여행에서 워낙 맥주를 많이 마셔서 유럽 배낭여행이 아니라 유럽 맥주 투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제 여행을 일주일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아서 맥주 맛을 더 깊게 음미하며 즐긴다. 내일 뮌헨에 가서도 독일 맥주 맛을 또 볼 것이다. 나는 맥주에 대한 의지를 또 다진다.
Che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