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962m
뮌헨에 도착한 둘째 날, 나는 산에 갈 채비를 했다. 바람막이 상의를 꺼내 입고 숙소를 나선다. 나는 뮌헨 중앙역으로 가서 기차에서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 몇 개를 골랐다. 유레일 패스에 어려운 독일 지명을 옮겨 적는다. 오늘 향할 곳은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이다. 원래는 가르미슈와 파르텐기르헨이라는 두 개의 작은 도시가 서로 웃하고 있었다. 그런데 1936년 히틀러가 제4회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하나로 합쳐버렸다고 한다. 이곳은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추크슈피체가 있는 곳이다. 독일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기차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창밖으로 향하며 기분 좋은 감정이 올라온다. 여행의 막바지이지만 아직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자유를 다시 한번 감상하며 감사한다.
뮌헨 중앙역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괜찮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날씨가 흐려지더니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역에 도착해서 등반열차 표를 끊었다. 궂은 날씨에도 여행객들이 꽤 많았다. 줄을 서서 산악열차 표를 사고 다시 열차를 기다린다. 갓난아기와 함께 온 부부가 옆에 있었는데 아기가 얼마나 예쁜지 구경하느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드디어 산악열차가 도착했고 독일의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약 1시간 정도 올라가며 좌우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높은 산봉우리와 초원 그리고 한적한 집들이 보인다. 다행히 나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올라갔다.
산악열차에서 내린 곳은 추크 슈피츠 플라트라고 불리는 빙하 고원이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더 올라가야 한다.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독일의 산맥들이 자연의 광활함을 말해준다. 그림 같은 풍경이 나를 거대하게 압도한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활용된다는 이곳은 아직 시즌이 아니라서 한쪽에 눈썰매 체험만 할 수 있게 해놨다. 몇몇 관광객들이 아이들과 함께 눈썰매를 타본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독일의 정상으로 향한다. 가능 길에 마치 거대한 자연의 일부로서 작은 사람들이 보였다. 등산으로 이 높은 곳까지 오르는 사람들이 멀리 보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눈이 부시다. 흐린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도망갔다. 뭉게구름과 드넓게 펼쳐진 산맥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아이브 호수의 모습이 정말 그림 같다. 수채와 물감을 그대로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보는 것만으로도 청명 해지는 느낌이다. 카페라 셔터를 누르자 마치 헬기를 타고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긴 했는다. 진짜 독일의 정상에 오르려면 손과 발로 등반을 더 해야 한단다. 그곳에 오른 사람들은 위태롭게 보이는 곳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사진을 찍어댔다. 나는 고민했다. 여기까지 와서 독일의 정상에 오른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고민은 하지만 힘 빠진 내 다리가 동의해주지 않는다.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등산 코스이다. 눈으로 보일만큼 짧은 코스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우선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으며 생각해보로 한다. 어쨌든 이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맛보는 음식은 꿀맛이다. 여기는 해발 2,962m이다.
나는 독일의 정상에 올랐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도전했다. 정말 기어가듯이 올랐다. 정상에는 황금빛 십자가가 독일의 정상을 상징하고 있다. 그 옆에서 나는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함께 힘겹게 올라간 관관객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긴장됐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정상에 올랐다는 뿌듯함이 곧 올라왔다. 정상에서 깊게 숨을 들이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