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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Mar 24. 2016

저 나쁜 놈!

엄마의 일상

"나는 늘 사람들에게 그리 말한다. 한 여자의 배에서 나와 그 여자의 젖을 먹고 자라, 그 여자의 속을 썩이면서 나이 든 우리가 그 여자마저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무슨 사랑 따윌 꿈꾸고 말할 자격이 있겠는가."          - 노희경(드라마 작가) -

엄마한테 어깨동무를 한다. 엄마는 나를 밀쳐내며 저리 가라고 한다. 엄마는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즐겨 본 이후에 더 격하게 반응한다. "너 자꾸 이러면 마마보이라고 장가 못 간다." 엄마가 집에서 얼른 나가 독립하라고 한다. 엄마의 가장 큰 소원은 내가 가정을 꾸리고 자식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아들이 그렇듯이 밖에서보다 집에서 더 소극적이다. 더 무뚝뚝하기도 하다. 어색하다고 할까. 그래도 엄마한테 어깨동무를 하는데 엄마의 반응은 격렬하다. 하지만 마음만은 늘 엄마를 아낀다. 나는 소극적 마마보이다.



어느새 엄마도 많이 늙었다. 나의 나이만 늘어가는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어느새 육십 평생을 살아오셨다. 그러나 마음만은 늘 여린 소녀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방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순수한 욕에 잠에서 깼다.

"저 나쁜 놈"

아침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에게 욕을 퍼붓는다. 나는 TV를 자주 보지 않지만 아침 드라마는 아침밥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요즘 아침드라마의 작가는 정말 천재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막장으로 만들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엄마는 욕을 하면서도 즐거워 보인다. 사실 엄마는 욕을 잘 못하시는데 아침드라마 볼 때만 유독 잘 하신다. 물론 내가 보기엔 순수해 보인다.


"왜 또 나쁜 짓했어?"

엄마한테 첫 대화를 건넨다. 엄마는 마치 내가 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신다. 이렇게 엄마의 일상을 경청으로 열어준다. 엄마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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