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me in Hamburg
하노버에서 함부르크로 넘어왔다. 시간은 이제 막 정오를 넘기고 있다. 호스텔에 가도 아직 체크인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기에 버스 스테이션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메뉴는 케밥이다. SOULKEBAB이라는 가게에서 Beef 케밥을 주문한다. 약간 짜긴 했지만 맛이 괜찮았다.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케밥을 예상했지만, 그보다 큰 케밥 사이즈다. 나이프로 잘라서 천천히 먹었다. 마시고 싶었던 콜라도 주문했다. 콜라가 내 목안에서 시원하게 터졌다. 사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돈을 좀 덜 아껴도 된다고 나에게 주문한다. 콜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유럽에서 혼자 맞이하는 생일이 특별할 것이라고 지인들이 축하해준다. 사실 특별할 건 없었는데 오히려 지인들이 이렇게 더 축하해주는 것이 특별하다. 함부르크로 와서 기분 좋게 내 생일을 맞이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면적 1.8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알스터 호수를 찾았다. 1235년에 엘베 강 지류인 알스터 강에 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측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물이 너무 많이 고여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곳이다. 호숫가에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호수에는 백조와 오리가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고 있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호숫가의 풍경이 아름답다.
알스터 호수를 지나 웅장한 건물이 나를 압도한다. 시청사 건물이다.
상점이 많은 묀케베르크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며칠째 그냥 보고 안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 오늘은 먹어야겠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
12세기경 건축된 성 페트리 교회를 지난다. 엄청 큰 교회 건물과 같은 건축물은 멀리서 봐야 더 멋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너무 크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교회 건물이 아름답다. 거리 곳곳에는 오늘 밤 유로 2016 경기를 예고한다.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광장에서 벌써부터 맥주를 들이키고 싶다. 오늘 밤에는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4강 경기가 있다. 그리고 내일은 독일과 프랑스의 4강전이다. 독일에서 독일의 4강전을 볼 수 있겠다. 내일은 여기에 와서 봐야겠다.
오후 내내 4시간 정도 걸었다.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다리가 아프진 않다. 천천히 걸으며 함부르크의 곳곳을 느꼈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 나는 한인식당에 갈 마음을 먹는다. 생일을 핑계로 나의 욕구를 만족시킬 계획이 가득하다. 어쨌든 하노버에서 실패한 한인식당 방문을 함부르크에서 이어간다. 'man-nam'이라는 한국식당에 들어선다. 주인아주머니의 정겨운 한국말이 귀에 꽂힌다. "어서 오세요." 메뉴판을 펼치고 고민한다. 김치찌개를 먹을 것인가, 삼겹살을 먹을 것인가. 나는 다시 한 번 내 생일을 강조하며 삼겹살 2인분을 주문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메뉴판을 펼쳐 소주 가격을 살펴본다. 3유로다. 마실만하다. 모르겠다. 내친김에 소주도 한 병 달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직원이 한 분 있었다. 나는 애처롭게도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해버렸다.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봐주시며 삼겹살을 구워주신다. 나는 내가 굽겠다고 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듣는다. 독일에 온 지 1년 조금 넘었다는 이 형님은 나보다 두 살 많았다. 독일어를 공부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소주를 따라주었다. 감사하게도 이런 축하를 받다니. 감개무량하다. 그것도 소주 한 잔과 함께. 소주가 달다. 나는 받은 소주 한 한잔을 목으로 넘기고 잔을 털어 형님께 드렸다.
잠시 볼일을 보고 온 형님이 내 앞에 앉았다. 손에는 소주 한 병과 잔이 들려있었다. 사장님께서 내가 생일이라고 하니 직원 형님에게 그렇게 하라고 하셨단다. 이렇게 황송할 때가 있나. 나는 얼른 앉으라고 말씀드리고 소주잔을 주고받았다. 남자 둘이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 형님께서 나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설마라고 하면서도 확신에 차서 말하는 형님을 바라봤다. 해군에서 복무 했다고 하니 혹시 2함대에도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는 평택 2함대에서 1년 정도 근무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2함대 사령부 벙커에 있었다. 형님은 육군 연락장교였고 나는 화생방 작도병이었다. 그리고 한미 연합 훈련, 워게임과 같은 훈련을 함께 했었다. 같은 시기인 2005년이었다. 이럴 수가. 우리는 헛웃음을 껄껄대며 연신 웃었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요, 인생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가 마련한 생일상에 손님까지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외로울 줄 알았던 유럽에서 맞는 생일은 풍성했다. 독일에서 40년이나 살아서 지겹다는 주인아주머니께 나는 연거푸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소주 한 병을 마셔 취기가 오른 채 나는 함부르크의 밤거리를 걸었다. 참 아름다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