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함부르크의 거리

함부르크를 걷다

by 의미공학자


함부르크의 거리를 걷는다. 아직 항구쪽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항구도시인줄은 모르겠다. 아마 항구에 가면 다이나믹 부산과 같이 항구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항구에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낮과 밤의 풍경 모두를 보고 싶다. 나의 여행 체력이 허락하는 한 함부르크에서는 그래보고 싶다. 사실 독일에서의 일정을 오래 잡을 생각은 없었는데 다음주부터 일주일동안 있는 일정 덕분에 길어졌다. 그래서 독일의 여러 도시를 보고 있는 지금, 충분히 좋다. 고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신기함부터 독일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 저녁 시간에 카페 거리에는 따뜻한 저녁과 웃음 소리가 있다. 외곽지역으로 가서 더 정겨운 모습을 보고 싶지만 지금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함부르크에서의 둘째 날, 함박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난 후 함부르크의 거리를 걸었다. 시내의 메인 스트리트라고 할 수 있는 묀케베르크 거리를 걷는다. 여러 브랜드 상점들이 보인다. 익숙한 브랜드 샵 사이의 거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경쾌하다. 걷다가 발견한 서점에 들어간다. 다른 도시에서 큰 서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넓은 서점은 구간별로 잘 정돈되어 있다. 배웠던 독일어로 된 책들을 읽지 못하는 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깔끔하게 양장된 다이어리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예쁜 노트들과 다이어리들이 많다. 가격을 보고 다시 내려 놓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English book 코너에 가니 얼마전 맨부터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Vegetarian’이라는 제목과 함께 수상 스티커와 같은 상징이 붙어있었다. 빨간색 표지가 강력하게 눈에 들어왔다. 서점의 한쪽 끝에 있는 카페의 분위기가 고요하다. 서점에 붙어 있는 카페라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나는 여행책 코너로가서 함부르크의 사진책들을 펼친다. 멋있게 찍힌 사진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찍어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꼭 야경도 찍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든다. 오후에 몇곳을 더 돌아다녔다.



성 미하엘 교회는 독일에서 발행하는 유로화 동전에 새겨질 정도로 독일을 대표하는 장소라고 한다. 내부에는 로코코 양식이라고 하는 장식들이 화려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첨탑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나는 대신 교회 안 의자에 앉았다. 왜냐하면 그 고요함에 저절로 몸과 마음이 차분해졌기 때문이다. 종교가 있진 않지만 나는 의자에 앉아서 차분하게 기도했다. 아주 천천히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마음속으로 읊는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고오함을 선물받고 나는 흐뭇한 감정을 가슴에 잘 담는다.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기 때문에 서점에서 책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대신한다.




조금 더 걸으니 비스마르크 동상이 있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통독의 주역이라고 한다. 독일은 중세 이래로 신성 로마 제국이라는 이름 아래 서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크고 작은 연방 국가의 연합체에 지나지 않았다. 19세기에 이르러서도 통일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독일 내부에서는 활발하게 독일 통일 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수상에 취임한 비스마르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동일한 언어와 동일한 생활 습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통일된 국가를 이루려는 것을 ‘내셔널리즘’이라고 한다. 독일 통일 이후로 이 내셔널리즘이 세계 각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비스마르크 동상은 독일 전역에 많이 있지만 함부르크에 있는 동상이 가장 크다고 한다. 약 35m의 높이다.





유스티츠 궁전은 법원 건물이다. 웅장한 세 채의 건물과 공원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칠레 하우스라는 건축물 앞에 섰다. 정보 검색을 해보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순위에 있다.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왠지 뿌듯한 느낌으로 건축물을 살펴본다. 1924년 프리츠 회거라는 건축가에 의해 완성된 칠레하우스는 본체가 뱃머리 모양이다. 그 수직성의 힘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한편 건물의 옆선들은 아름다운 곡선이 곳곳에 있다. 얼마 전에 지었다고해도 무방할 정도로 깔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적갈색 클링거(네덜란드식으로 단단하게 소성한 벽돌) 480만장이 건축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함부르크의 사업가 헨리 브라 렌스 슬로 먼(Henry Brarens Slomandm)이 칠레에 많은 돈을 벌고 돌아와서 지은 건물이라 칠레 하우스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벽돌 색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하얀색 창문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창문의 수가 무려 2천8백 개라고 한다.


밤에 보는 것이 더 멋질 것 같아 밤에 다시 찾은 칠레하우스


오후 4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여행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숙소에 왔는데 내가 나올 12시까지 자고 있던 앨리와 그녀의 사촌이 아직도 자고 있다. 신기했다. 저녁에 더 신나게 놀 계획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나는 잠시 꿀맛같은 낮잠을 잤다. 함부르크의 거리의 볼거리들을 감상한 흐뭇함에 잠이 더 달콤했다.


* 함부르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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