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5. 가자! 베를린으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

by 의미공학자

우연한 만남과 아름다웠던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뒤로하고 베를린으로 향한다. 베를린! 독일 제1의 도시, 독일의 수도이다. 여행을 하며 그 나라의 작은 도시들을 가는 것도 아주 매력적인 경험이지만 수도를 갈 때는 왠지 기대감이 커진다. 물론 조금은 복잡하겠지만 볼거리가 많을 것 같고, 수도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ICE 고속열차를 기다린다. 플랫폼에서 시간과 기차를 확인한다.



옆에 있는 꼬마 아가씨의 모습이 귀엽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자기만의 언어를 흥얼거린다. 자신이 먹던 빵을 다 먹고 동생의 과자를 빼앗아 먹는다. 어린 동생은 곧장 울음이 터진다. 꼬마 아가씨는 엄마의 눈총을 받으며 눈치를 본다. 고사리 손으로 동생의 이마를 쓰다듬어보지만 동생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엄마가 가방에서 막대 사탕을 동생에게 물리고 상황은 정리된다. 꼬마 아가씨는 다시 쾌활한 웃음을 찾는다.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이태리 신사도 보이고, 백발의 할머니도 보인다. 플랫폼의 광경이 재미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 멀리에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이번 여행을 오기 전에 한국에 있는 풍력발전소 견학을 갔었던지라 괜히 반가웠다. 여기에는 곳곳에 자주 보인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재미있는 것이 저 풍력발전기 위의 머리 부분이 바람의 방향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다. 그리고 날개 역시 그 각도를 조정한다. 어찌 보면 효율성을 위해 당연한 원리일 텐데 저 거대한 동체가 그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들으니 더욱 신기했다. 거대한 동체의 길이는 한쪽 날개가 약 40~50m이다.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나는 올해 스무 살인 그 친구가 예약한 숙소를 따라갔다. 계획을 헐렁하게 잡는 나는 방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역시 방이 있었고 가격도 저렴했다. 스무 살 친구가 복숭아를 건넨다. 여기에서 과일은 왠지 더욱 반가운 것 같다. 고맙다고 말하고 얼른 받아 든다. 그런데 복숭아 모양이 독특하다. 세로축이 동그란 모양이 아니라 납작하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며 대기시간이 좀 생겼다. 그 와중에 보이는 다른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역 후에 첫 학기를 마치고 배낭여행을 온 친구였다. 체크인을 하고 스무 살 친구와 전역한 친구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베를린에서의 첫날이니 가볍게 돌아다니며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생각이다.



지나가는 길에 멋진 슈퍼카가 전시되어 있는 건물을 지난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하는 이 행사에 들어간다. 무료다. 우리는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 차를 구경한다. 람보르기니도 있다.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자동차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육중함이 느껴진다. 운전석에 한 번 앉아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기지만 타보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대신 운전석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하고 있는 그 외의 사업들까지 봤는데 예상치 못한 공짜 구경을 했다.




베를린 거리를 걷다가 재미있게 생긴 동체가 우리 앞을 지난다. 여러 명이 함께 타는 자전거다. 함께 탄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발을 굴린다. 베를린에는 관광객이 많고 이 역시 관광상품 중 하나인가 보다.



아침에 함부르크 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허기진 배를 붙잡고 우리는 저녁 식사 장소를 물색한다. 스테이크를 먹고 싶었지만 입구에 있는 메뉴판에서 가격에 무릎을 꿇고 옆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들어간다.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인데 가운데 Bar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칵테일이 유명한지 직원들은 계속해서 알록달록한 색의 칵테일들을 만들어 낸다. 레스토랑의 자리가 거의 다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햄버거와 맥주를 시키고 반가움의 건배와 함께 저녁 식사를 즐겼다. 베를린에서의 첫날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4. 함부르크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