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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배낭여행 일주일째

여행의 시간

by 의미공학자


벌써 여러 도시를 돌고 있는데 사실 여행을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프라이부르크, 스위스 취리히를 오가며 있을 숲 교육 연수 일정 덕분에 빨리 움직였다. 연수 시작 전까지 독일 여행을 해야 했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지났고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왔던 프랑크푸르트로 다시 향하면 좀 더 숨을 고르며 가야겠다.


그래도 나름대로 45일간의 동유럽 여행을 천천히 즐기고 있다. 천천히라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나라와 도시만 대충 정하고 왔다. 빡빡한 일정은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일정은 전날 잡는다. 시간이 될 때, 무리하지 않으며 가고 싶은 곳을 고른다. 어쩔 때는 꼭 찍어야 하는 포인트에 욕심을 내기도 하는데 도시를 떠날 때면 늘 아쉬움은 남는다. 그때 마음을 비우고 고마웠다고 인사하면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생에서도 우리는 늘 최선의 이별을 준비한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슬프지만 그래서 인생이 의미 있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마찬가지로 탄생이 있고 그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인생을 의미 있게 살고 싶은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 건넨다. 여행에서도 실천한다. 비록 짧은 만남이지만 나는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소망하는 것들 잘 이뤄나가라고 말해준다.



여행 일주일을 보내는 시점이 되니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한국과의 시차 7시간도 적응되었고 가방을 풀었다 다시 싸는 것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여행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도 이미 익숙해졌다. 가끔씩 뱃속에서 밥알을 부르는 소리를 외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나름 유럽 음식을 질리지 않게 소화시킨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은 잘 지낼까? 괜히 멀리 나오니 보고 싶다. 다시 만나면 더 반갑겠지. 이것도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어딜 갔다 오면 이별과 만남이 반복되니 그 과정에서 인간애가 더 발휘된다. 다시 만나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함께 나누며 계속 또 살아간다. 이것 또한 인생의 기쁨이다.


나름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쉬어가며 여행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일주일 동안 가장 고마운 건 바로 내 다리다. 도시 곳곳을 거뜬히 걸어 다니며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내 두 다리가 무척 고맙다. 많이 돌아다닌 밤에는 따뜻한 물로 피로를 풀어준다. 다음날을 위해 그 정도의 휴식으로도 다음날 또 걸어내는 내 다리가 참 좋다.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도 더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남은 일정도 건강하게 내 다리와 함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여행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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