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결혼식 축사

자매 사이가 돈독한 집안 형부의 심리

by 김유자



언니가 결혼식장을 예약했다고 한다.

아직 한참 남긴 했지만 언니 뺏긴 기분.

아니 애초에 내 소유였던 적도 없지만요?


언니 남자친구랑 언니랑 셋이 만날 때마다 들었던 의문은, 왜 저 사람은 언니를 두고서 나랑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가-이다.


상식적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같이 살아왔고, 비슷한 가치관을 형성한 나랑 같은 비교 선상에 놓일 수도 없는데.


물론 지금은 본인과 더 많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왜 본인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구남친과 현남친 마냥 나랑 그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까.


근데 아무리 저 사람이 탐탁지 않아도 어쩌겠는가.

언니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언니한테 축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 250%의 확률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검수하겠다고 내놔보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말 안 하고 서프라이즈로 축사를 해버릴 생각이다. 크크.

미리 보여주면 감동이 없지 않나.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오늘의 신부, **언니의 동생 ***입니다.


언니가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벅차고 감격스럽습니다.


저에게 언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이자,

또 하나의 부모 같은 존재였습니다.

놀이터에서 제가 울고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와

지켜주던 사람도,

힘들 때마다 제 마음을 알아주고

옳은 길을 알려주던 사람도 언니였습니다.


어릴 때는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언제나 언니는 제 편이었고

제가 기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이런 언니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언니에게

이제는 마음 편히 기대고,

지친 모습도 내려놓을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기쁩니다.

강인하기만 했던 언니의 곁에

따뜻한 품이 생겼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는 마음이

가장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어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서로의 편이 되어 주고

함께 걸음을 맞추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현명한 두 분이라면

언제나 옳은 길, 더 나은 길을 찾아갈 것이라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두 분의 앞날에

기쁨과 행복, 그리고 사랑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축사를 진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하고 싶은 말은, 나랑 우리 가족들이 언니를 이렇게나 아껴왔고 앞으로도 아끼는 마음은 변치 않을 테니,

언니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면?

나랑

킬빌이나 테이큰같은 종류의 영화를

영원히

찍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런 말을 했다간 내가 먼저 언니한테 개죽음당할 듯.

언니한텐 저 사람도 소중한 사람일 테니까.

아무튼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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