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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 Mar 09. 2023

슬기로운 캐나다 초등 생활 2

한국과 같은 듯 다른 과목들

 캐나다는 한국처럼 딱히 정해진 시간표도 교과서도 없지만 신기하게 아이들은 내일 어느 과목을 배우는지 요즘 무엇을 배우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짜인 틀이 있는 듯한데 여기에 와서는 한국에서처럼 내가 세세하게 아이들 학업을 들여다보지는 않아서 나는 파악이 안 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챙겨야 하고 숙제도 시험 준비도 아이들이 알아서 해가고 있다. 여기에서도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배우고 있는 수업에 관련된 자료나 간단한 일과들을 매일 올려주시는데 외국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대강 이런 걸 하는구나 정도만 파악할 뿐 사실 자세히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까지는 내가 잘 모르겠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것을 챙겨야 하기에 아이들에게 책임감은 쑥쑥 자라고 엄마의 관심도는 쭉쭉 내려가는 중.




   만약 내가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닌다면 아마 나는 모든 과목 시간이 영어 시간으로 느껴질 것 같다. 수학도 영어로, 사회도 영어로, 체육도 영어로 진행이 될 테니.. 다행스러운 건 우리 아이들은 일부 과목들을 한국에서 영어로 수업을 들어와서인지 모든 과목을 낯설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6학년 아이의 지리시간.   캐나다의 주들의 이름과 위치를 배운다.

보통 한국 아이들이 이곳 에서 공부하면 수학은 좋은 성적을 받는다 하고 영어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수학 선행과 심화를 해본 우리 한국 아이들에게 이곳 수학은 진도가 늦고 심화 문제를 다루지 않기에 쉬울 수밖에 없고,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들보다 영어를 잘하기란 매우 어려울 테니.. 6학년인 우리 둘째에겐 이 말이 딱 맞았다. 수학은 언제나 A였고 영어는 그냥 보통 수준의 성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첫째는... 의외로 수학 성적이 너무 안 나왔다. 한국에서는 수학 성적이 중상인 아이였지만 내가 보기에 여기에서의 8학년 수준은 아이에게 매우 쉬워 보였다. 그런데 성적이 A가 안 나온다. 원인을 살펴보니 줄줄이 쓰여있는 문장제 수학 문제가 그것~!! 사실 그 문장을 제대로 이해만 하면 어려운 문제들은 아이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장제들과 유형이 달랐고 풀이과정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계속 감점.. 영어로 수학 용어도 모르는데 이곳 스타일로 풀이과정까지 써야 하니 그 과정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8학년이다 보니 수학 수준도 더 높은 게 당연했고.. 그래서 처음 3~4개월을 이곳 스타일의 수학 문제들에 적응하며 지나갔고 지금도 새로 나오는 개념들은 영어로 수학어휘 외우랴 풀이과정 쓰는 방법을 공부하랴 힘든 것 같다.




영어, 수학, 사회, 체육, 미술 등은 한국과 비슷하게 공부한다고 느꼈지만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것들도 있었다. 북아메리카 지리와 역사, 그리고 불어~! 한국 지리만 배우던 아이들이 이 큰 땅덩어리를 나눠가며 북아메리카 지형을 분석했고, 우리나라의 지나간 국가명과 위인들을 외우던 아이들은 유럽의 지배를 받던 캐나다의 역사와 세계사를 배우게 되었다.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태.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면 조금 쉬웠을까 싶긴 한데.. 다행히 캐나다는 역사가 매우 짧고 간단했고 지리도 색칠도 하고 영상도 보며 배우니 어렵지는 않아 했지만 이것도 영어가 문제.. 자꾸 새로운 단어들을 접하게 되니 외울게 많아졌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불어였다. 캐나다는 제1언어가 영어와 불어 두 개 언어이다 보니 거의 모든 학교에서 불어를 배우게 된다.  

아이들도 나도 정말 낯선 불어 수업

처음 배우는 불어인데 이미 진도가 어느 정도 나가있어서 수업 시간에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둘째는 학년이 낮아선지 선생님께서 불어를 영어로 가르치셨는데, 첫째는 수업 전체를 불어로 하신다고 한다. 첫째는 불어시간은 아예 하나도 모르고 앉아있다고.. 고등학교 졸업 시 불어가 필수 이수 과목이라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불어는 급히 과외를 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힘들게라도 불어까지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영어에 불어까지.. 아이들이 조금 커서 유학을 오니 공부할 것도 참 많긴 하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확실히 체험형 수업이 많다. 음악 시간은 노래만 부르고 음표 공부만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직접 악기를 불고 연주회를 준비한다. 과학의 경우 교과서를 읽기보단 계획서를 쓰고 실험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도록 하는 수업이 많아 보였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클라리넷을 불고 선생님께서 학교 밴드를 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밴드 활동고 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6학년 전체가 알토 리코더를 단체 구매하여 수업시간에 배우고 있고, 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걸 아셔서 이번 달 말에 연주회 자리도 마련해 주셨다. 

최근 8학년 아이가 준비한 Science Fair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학교를 정말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9월이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큰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를 그만 다니는 게 벌써 슬프다고.. 아무래도 학교에서의 학습의 무게가 한국과는 차이가 있는 듯하고 과제나 시험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 같아 그렇지 싶다. 어쩔 때 보면 저렇게 해서 공부가 되나 싶다가도 한 학기 동안 모아놓은 유인물을 보면 어느새 한국 교과서의 두께보다 더 두껍게 모여있다. 은근히 스며들고 있다고 정신승리 해보기로 하고.. 오늘 아들이 수학과 과학 시험이 있다고 하던데.. (시험이 은근히 많다) 그것도 잘 보면 좋겠고 캐나다에 와서 한 학기 동안 적응하는 시간 가졌으니 이제 한 한기 남은 이번 학년도 잘 마무리하길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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