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나의 늦은 사랑담

- 나에게 필요한 상처들

by 유로소

첫사랑을 겪었던 고등학교 시절 나의 첫사랑은 같은 반 친구였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그 아이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하얗고 동그란 얼굴로 날 보며 웃어주는 미소가 참 귀엽고 다정했다. 함께 웃고 떠들었던 시간들, 같이 붕어빵 사먹던 순간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던가, 그 아이와 나는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좋아했을 뿐. 그때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더라면 나는 그 아이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가 될 수 있었을까? 어렸을때부터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게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 법도 모르고 상처받기 두려워 항상 도망가는 아이. 그렇게 첫사랑이 지나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하루하루사는 것에 시달려 사랑과 낭만이라는 단어와는 친하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공부를 해야 했다.남자친구를 사귈 여유도 데이트를 할 비용도 사실 없었다. 여유가 없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20대에는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긴 했지만 거의 상대방의 구애로 시작했고 상대방이 먼저 이별을 고한적이 많았으며 (물론 나도..) 연애 같지 않은 연애를 몇 번 겪고 난 뒤에는 ‘사랑’이라는 것을 나도 해 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다. 감정에 동요되고 싶지 않은 나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날 수 있을까? 다들 그렇게 어디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지 장기연애를 하거나 남자친구와 꽁냥대는 친구들을 보면 안 그런 척했지만 너무 부러웠다. 언젠간 만날 수 있겠지 라는 기대는 20대 후반부터 무너져 노력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소개팅도 많이 해 보고 사람들이 많이 있는 동호회도 몇 군데 가입해 참가해 보았지만 결실은 없었다. 내 기준이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계속 이런 현상만 지속되니혼자 살아야는 팔자인가 보다 생각하며 30대가 되어버렸다.


30대 이후 드디어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겨서 나도 감정적으로 좀 더 느끼는 게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아파 울기도 해 보고 너무 보고싶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서 밤을 새워보기도 하는 날들이 30대에 오다니, 이래서 다들 연애를 하는 거구나 생각했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 첫 만남, 대화, 등 그냥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나의 인생 영화 중에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라는 영화가 있는데 얼마 전 이별을 하고 난 뒤 그 영화를 다시 보니 우리에게 사랑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최악의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알게 되는 순간들이있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안하고, 멍청한지. 그리고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말이다. 늦은 나이에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니 후유증이 남들보단 좀크기도 했지만 그 시절 나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준 그리고 상처를 준 모든 지나간 인연들에게 감사한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 주어서 그리고 그 순간 나를 기억해 줘서 고맙다고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앞으로 또 나는 누군가에게 최악이 될 수도 최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젠 최악이 되고 최고가 되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상처받는 그런 내가 될 것이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싶다. 사랑은 언제나 옳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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