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지도를 들고 탐험에 나서다

각자의 탐험기를 이정표 삼아.

by 이유진



지난 일주일은 기적같은 한 주였다.


그냥 왠지 모르게 하고 싶었던 하나의 행위가, 한 친구를 만나게 해주었고, 그 친구는 내게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남겼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직접 풀수는 없는 질문이었다. 여느 때같으면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좀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나 스스로 그 질문에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내 목에 가시처럼 박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나는 그 답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는 내게 답변을 들려주는 대신 보물지도 하나를 보여줬다. 그 보물지도 속에는, 그 친구가 찾는 보물(답변)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지(질문)를 거쳐야하는지에 대한 경로가 그려져있었다. 그는 자신도 이 길을 거쳤노라고, 그리고 마치내 보물을 얻었노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이 보물지도를 보고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가 보여준 보물지도를 그 친구에게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만이 존재했다. 그날 밤 내가 본 보물지도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몇 날 며칠 열심히 내 머릿속에 새겨진 그 지도를 따라 그렸다. 그 지도에는, 초심자로서 길잡이가 될만한 몇 가지 이정표도 함께 그려넣었다. 나 또한 그 친구와 같은 초보 탐험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완성한 지도를 그 친구에게 전달했다. 한 부는 내가 갖고, 한 부는 복사에서 그 친구에게. 그 친구에게 바라는 건 없었다. 나도 이 보물지도를 손에 넣은걸로 그만이었으니까.


다음날 아침, 그 친구는 내가 전달해준 지도를 들고, 지난 밤에 탐험을 다녀왔노라고 내게 말했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났는지, 한 여름밤의 지독한 탐험기를 생생히 들려주었다. 보물지도를 그려서 전달한 건 나였지만, 먼저 탐험을 나선 건 그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의 탐험기를 나의 지도에 이정표로 다시 그려넣었고, 나 역시 그날 밤, 나만의 보물을 찾기 위한 탐험을 떠났다. 다음날, 이번엔 내가 한 여름밤의 지독한 탐험기를 들려주었고, 그렇게 그 친구와 나는 각자의 탐험기를 이정표 삼아, 각자의 보물지도를 조금씩 완성해갔다.


그렇게 보낸 지난 일주일. 그 친구도 나도, 아직 보물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보물을 찾기 위한 탐험을 시작하면서 만난 세상은, 그 자체가 이미 선물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찾는 보물은, 그렇게 만난 선물들의 합 아닐까?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면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그 친구는 자신에게 보물지도를 주어 내게 연신 고맙다고 했지만, 그 친구의 용기있는 탐험기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그 보물지도를 서랍속에 넣어두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 친구에게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동안 그 친구도, 나도, 각자의 보물을 찾기 위한 탐험을 이어가겠지. 각자의 탐험기를 이정표 삼아.




하나의 행위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행위에 잇따르는 행동과 수고로 구성된다. 그 결과는 무한하다.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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