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일요일, 특별한 공연에 다녀왔다. 용산에 있는 재즈바, 어썸그라운드. Sunday Soul Club 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잼세션이었다.
일요일 오후 4시라는, 재즈 공연을 보기에는 약간 애매한 시간대. 슬슬 월요병이 도지기 시작하는 이 시간을, 재즈공연으로 채워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전날 저녁 충동적으로 예매했다.
건반, 드럼, 베이스, 기타, 퍼커션, 색소폰 소리가 서로 주거나 받거니 하다가 어느새 합을 이룬다. 그러다 다시 한 사운드가 튀어나오고 그 사운드에 반응하듯 연주가 이어진다. 이런 연주가 약 20여분간 진행되다 호스트가 잠깐 브레이크타임을 선언한다. 그 때, 내 앞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던 연주자와 베이스 연주자가 서로 인사를 나눈다.
"ooo님이시죠? 처음뵙겠습니다. 저번에 어디서 연주하신거 봤어요"
방금 전까지 완벽한 호흡으로 연주하던 그들이,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정해진 레파토리도, 합주도 없이 오로지 연주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끼리 즉홍적으로 진행되는 날 것 그대로의 JAM이었다.
브레이크타임 이후로 진행되는 다음 연주에서, 관객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연주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본인이 원하는 악기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 세션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꿔서 연주를 이어간다. 세션 위로 보컬과 랩이 하나둘씩 포개진다. 한쪽에서는 그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춘다. 그 모습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멋져,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우리 삶이 잼과 같다면 참 좋겠다
누군가 먼저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소리를 유심히 듣고 반응하는 잼처럼,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정성껏 응답했으면.
한 사람이 솔로를 시작하면, 다른 세션들은 잠시 배경음이 되어주는 잼처럼,
내가 아닌 누군가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야할 때, 그를 평가하거나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받쳐주는 존재가 되어주었으면.
연주 중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며 그 사람이 들어올 공간을 내어주는 잼처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거나 새로운 상황에 놓여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주었으면.
각자 다른 사운드를 내는 악기가 공존할 때 음악이 깊어지는 잼처럼 우리 공동체도, 삶도 그러했으면 좋겠다고. 경쟁 대신 공명, 통제 대신 경청. 내가 나답게 울리면서도, 타인의 소리를 침범하지 않는 상태, 그 자체로 조화로왔으면 좋겠다고.
연주를 보는 내내,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런 생각이 피어오르던 2025년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