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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향 Jan 30. 2021

아이가 빨리 컸으면 하는 바람

사춘기 아이와 소통

아이는 어느덧 13살이 되었다. 아이는 예민한 성향이라 양육하기 까다로웠다.  이를 잘 키우고 싶어  심리상담소를 다니며 2년 넘게 놀이치료를 했다.


아이 결핍은  " 나 때문일까?"라는 죄책감에 괴롭기도 했다

말대꾸를 끊임없이 하는 아이와  감정싸움하느라 매일 전쟁이다. 자꾸만 아이의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


오늘도 아이와 무난히 지나가나 싶었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어려워  반복해서 말할 때가 많다.

훈육을 하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소리를 하면 아이도 싫어하고 싸우게 된다. 웬만하면 말하는 것을 줄이려고 한다.


저녁과 후식을 다 먹은 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과일 다 먹었고 양치해야 돼"

"엄마 고양이만 보고 할게요."

양치질하는 것을 싫어해서 조금이라도 늦게 하려고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유진아! 지금 5분이 지났는데"

"엄마 지금 요것만 하고 할게요."

자꾸만 미루고 있다. 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온다.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서  화내지 말자라고  마음을 다스린다. 참자! 참자! 인내하자!


아이는 3분 타이머를 맞춰 놓고 양치를 시작했다.

"엄마 다했어요."

"제대로 닦아졌나 보자."

아~~~

치아를 본 순간 뜨악했다.

제대로 닦이지 않은 것이다.

앞니에 노란 이물질이 껴있고 송곳니에 고춧가루가 딱 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아이에게 말했다.


"유진아 제대로 닦이지 않아 엄마가 다시 닦아줄게"

이를 닦아주는데  몸을  흔들고 있는 아이.


"몸이 흔들려 불편하니깐 움직이지 마"

하지 말라고 몇 번 이야기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엄마가 뭔 상관이야?"


순간 욱하고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이가 장난친 플라스틱 통을 욕조에 던지고 말았다.



"엄마 말이 우스운 걸까?"

왜 말을 듣지 않고 엄마 말에 반항을 하는 거지?

여러 마음이 교차하면서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엄마가 화가 나서  대화 못하니깐  풀리면  만나자"

아이에게 말하고 문을 닫고 나왔다.

10분 후에  만나서 이야기를 시도한다.


"양치할 때 유진이가 엄마 말 듣지 않아 화가 났어"

"엄마한테 그런 말을 왜 했어?"

"엄마가 화를 내서 한 거예요."

"그런 말 했을 때 엄마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다음에 그러지 말아"


화가 난 장면을 떠올리고 다시 나의 감정을 살펴본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엄마에게 투정을 한 번도 부려본 적이 없다.

나의 어린 시절과 너무 다른 아이.

이해가 쉽지 않다.


남들은 아이 셋도 잘 키우는 것 같은데,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버거운 걸까?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와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고. 대화를 하다 보면 피곤하다. 


아이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다.

아이가 자라는 그 순간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엄마 품에 있을 때가 좋은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이해되지 않았다. 

훌쩍 자라 엄마 품을 떠나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그동안 키우면서 느낀 것은 아이를 통해서 엄마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키우며 내면의 상처가 있다는 걸 알고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아이와 일상에서 쓰는 삶의 언어 비폭력 대화 NVC카드 게임에서  느낌, 욕구 카드 찾아보기 게임을 했다. 아이의 지금의 욕구와 느낌은 어떤지 궁금하다

아이가 뽑은 카드를 펼쳐서 보았다.

아이의 느낌은 기쁘다. 신난다. 행복하다.

욕구는 돌봄. 사랑. 관심이었다.


여전히 아이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였다.

"엄마한테 사랑을 많이 받고 싶구나"


"엄마는 잘 안아주지도 않잖아."

"엄마는 나 미워하잖아."

"엄마가 미워하는 거 아니야."

"엄마는 어렸을 때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어."

"표현한다고 하는데 감정표현이 서툰 것 같아."

"엄마가 유진이 많이 안아주도록 할게."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가 행복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할리갈리 게임 한판을 하자는 딸과 깔깔 거리며 게임을 한다. 아이랑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아이 키우면서 화를 내지 않고 키우는 것은 어렵다. 화가 올라올 때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공부를 하며 나의 감정 살피기를 하는 중이다.

내 감정을 잘 알고 다독이는 시간이 결국에는 아이 감정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며 성장하는 너와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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