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나를 기억하고 있어요.
흐린 아침에 샤워를 할 때면 처음 듣는 억양이 내게 물어요 ㅡ 괜찮아? 라고
그럼 나도 처음 듣는 억양으로 대답해요, 홀수 짝수를 고르듯이 그렇게
빠르게
그리고는 모두 까먹고 말아요
처음 보는 담배 연기 속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서 식탁보를 정리해요
눈을 몸에 가까이 해야 한다.
남의 눈은 몸에 잘 붙지 않게 하고 네 눈을 몸에 가까이 해야 해.
크림이 잔뜩 올라간 푸딩
매화꽃에서는 바나나 냄새가 나요 언제나
병든 닭처럼 조는 일
턱에 손을 괴고 조는 일을 할 때면
머리카락 위로 슬픈 얼굴이 뛰어다녀요
졸음이 깨어질 때 즈음엔 다 괜찮아질 거예요 - 훌쩍 그 끝에서 뛰어내려 가느름한 눈을 휘고 웃을 거예요
붉게 칠한 눈두덩이 혀로 훑은 입가를 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세상을 다 팔로 휘저은 다음엔
어느 우박 내리던 여름처럼 뺨에 말라붙은 소금기처럼
화병 안의 왜곡처럼
너무 예쁘겠지만 그 다음에는
이제 더 이상 태어날 건 없어요
그래도 이걸 마지막 문장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눈을 떴을 때 정말 슬플 거야
더는 안 돼, 이제 안 돼
잠을 잘 수가 없었잖아요 무언가 영영 끝나버릴까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게 이루어질까봐
그러니까 병든 닭처럼 졸지도 못하고 기어가지도 못하고
딱히
궁금한 걸 묻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무엇도 닮지 못한대도
계속해요 정말 더는 안 된다고 이미 소리를 지르고 있는걸
모든 답을 거슬러 올라가는 질문인 것만은 분명한걸
눈꺼풀 사이에 별을 그리고
웃으면 고름처럼 폭죽처럼
계속해요 아무도 모르는 사이
모두 늙고 녹은 뒤엔 당신의 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그게 증거가 되어줄 거예요
그러니
확인하는 데 눈을 쓰지 말아요
이제 앵무새랑 친해져요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는 법을 배워요
그렇게 말을 잊어버리는 법을 배워요
두꺼운 물감처럼
무엇을 닮지 못한대도 곤란해하지 말아요
입을 열고 말해요 눈을 가까이 붙이고 봐요 당신이 되지 못하는 그 모든 것
빈 자리를 찾아 앉는 법도 휴지를 한 장씩 뽑는 법도 잊어버려요
열 손가락에
할아버지 집에 있던 금색 보자기도 무대 위의 커튼콜도 지중해의 핑크색 꽃도 고이 둔 건강한 발목도
모두 끼우고
가요 배가 고파 눈이 뒤집어진 사람처럼 도망가요 의심하지 말아요 화창한 결혼식에서 도망치는 뒷모습
그 얼굴을 상상해요
생각나는 모든 이름과 대사를 메달처럼 생각해요 스스로 자라나는 왕관처럼 써요
좋아요
이렇게 계속해요
부풀려지는 풍선은 얇아진다는 건 잊어버려요, 거짓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