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말
'곤란한 사람이에요. 정말. 그 추운 날에 눈이 반짝반짝 ... 쟨 뭐지 .. 했다니까.'
듣는 것
ㅡ 오리온 선의 [ 망고 ]
ㅡ 실리카겔의 [류데자케이루]
ㅡ 파푸즈의 [ 띠에트리컬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
ㅡ 서도밴드 [ 바다 끝 ]
ㅡ 헬레나 본햄 카터 [러브 애프터 러브]
(by Derek Walcott)
(딱히 영어를 안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그래도 theatrical - 보다는 띠에트리컬이라고 쓸까봐요)
(오지선다라면 뭘 하나 고르시겠어요?)
기억나는 말
되게 고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네.
그때의 기분
ㅡ 내가 너무너무 싫었다.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긴 이름은 폭력적이고,
나는 폭력적으로 긴 이름들을 좋아하고
욕조 안에서 늘 같은 노래를 듣고
목욕할 때 스텔라 장의 오렌지를 들으면 색깔이 생긴다.
보라색 벽지와 향기로운 물,
뜨거운 물 냄새 대신에
지금의 기분
ㅡ 훅 치올랐던 질투가 차츰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며칠 밤이 지나도 나는 왜 B를 그렇게나 미워했는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잠 안 오던 지독하고 푹푹한 밤이면 네덜란드에서 틀어두던 명상 동영상 - 파란빛 너머로 들리는 영어는 원하는 만큼 모호하게 들을 수 있었고 ㅡ 깃털이 둥근 유리 위에 내려앉듯이 감정을 명명하라는 말.
이상한 가벼움과 함께 잠이 들곤 했지만 나는 한국에서 와서도 B가 왜 그렇게 미웠는지 알 수가 없다. B를 보면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이유들이 생생하고 또 생경하다. 난 B의 볼에 있는 붉은 점까지 좋아하곤 했고
B에 대한 미움은 명명되지 못하기에 나는 아직 B를 좋아한다. 그런 욕망, B. 당신의 모든 것을 좋아하는 일은 쉬워 - 하지만 이제 당신과 나로부터 태어날 게 얼마 없다는 문제.
이미 썼던 문장
나는 가끔 나를 동물이나 번식하는 미생물처럼 들여다본다.
나는 나를 현미경 아래에 두고 가만히 번식하고 우글 꿈틀하는 모양을 살펴보며 이것저것 기록하고 딱딱히 굳은 얼굴을 쓸어올린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최근에 깨달은 것
현재성을 가져야 한다.
내 욕망은 언제나 행위보다는 상태를 향해 있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상태에 있는 나를 욕망한다.
La Javanaise 를 들으며 야채를 다듬는 상태의, 이곳의 하늘과 저곳의 하늘을 오랫동안 비교하는 상태의
상태의 나를 욕망하는 경향.
`동시에 이 상태의 나를 투명하게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는 않음
NUHOOD에서 나오는 길에 나는 천천히 비닐봉지를 피하고 다리 위로 손가락을 두드렸지만 그렇게 할 때마다 힐끔 길이 비었는지 확인했고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은 영화를 통해서 나를 보는 일에 가깝다.
불확실성
어찌 됐든 삶의 많은 것들이 사랑스러워요.
들은 말 2
뭐라고 하지,
너는 너랑 좀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아. 가끔 관찰자 너가 실험체 너를 여기저기 갖다 놓고 보는 것 같아.
눈
나는 타자의 눈을 가지고 있다. 눈이 몸과 밀착해야만 현재성을 가질 수 있는데, 내 눈은 몸으로부터 아주 멀리 있다. 예전에 눈이 멀리 있을 때는 회색 옷만 입고 다녔다. 지금 멀리 있는 방식은 조금 더 자유롭고 다정하다. 외눈박이 새처럼.
쓰이는 문장
별거 아닌 얘기를 할 거예요.
내 이름은 이유조입니다. 그게 내 이름은 아니고, 필명이에요.
이름은 정말 별 거 아니에요. 설명하는 순간 힘을 잃어버리죠. 그러니 아직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친구들은 내 이상형을 잘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확실하게 정리된 것은 만년필 양아치일 거예요. 만년필을 쓸 거 같은 양아치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대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난 만년필을 쓸 줄은 모릅니다) 나름 정확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만년필 쓰는 사람보단 만년필 쓸 거 같은 사람이 좋고 양아치보다는 양아치 같은 사람이 취향이긴 합니다. 뭐가 됐든 곤란한 건 싫어요. 곤란하게 만드는 게 더 좋고요.
네 시간 전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발목 위로 오는 딱딱하고 미끌거리는 워커를 신고 있습니다. 비가 왔기 때문에 풀 냄새가 진합니다. 그것 때문에 한 정거장 전에서 내렸어요. 버스 안에서는 정우의 [JUVENILE] 을 들었어요. 나는 나를 늙지 않게 해줄 것이 무엇인지 얼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정거장 전에 내렸습니다.
나는 가능한 한 여러 번 발을 쪼개 걷고, 고개를 높이 쳐들고 냄새를 맡습니다. 봄이 짙을 때의 나쁜 점은 철쭉이 형광펜처럼 사방에 핀다는 것이고 좋은 점은 물기가 그대로 맡아진다는 거예요.
나는 맨 앞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요. 바람을 맞으면서 입모양을 자주 바꿉니다. 나는 헬레나를 사랑해요. 꼭 늙는다면 헬레나처럼 늙고 싶다는 것이 오늘 배운 것입니다. 물소리, 철쭉의 색, 과일의 멍, 안경의 투명함 같은 것들 앞에서 헬레나는 눈을 감고 이불을 끌어당깁니다.
그런 꿈을 꿀 거예요.
<Love after Love>
by Derek Walcott
Take down the love letters
from the bookshelf,
the photographs
the desperate notes
peel your own image from the mirror.
Sit. Feast on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