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누가 책임질까
명절에 가족 네 식구가 한 곳에 모였다. 마당에서 자식들 결혼시키라는 부모님을 향한 친할머니의 잔소리가 방 안으로 들려왔다. 저녁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결혼 압박이 들어왔는데…
엄마: 지금 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얼른 짝을 찾아야지
딸: 그만해 엄마 자꾸 그러면 오빠 이제 명절에
안 올 수도 있어 ㅇㅇ오빠(사촌)처럼
다른 자식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없냐는 말에 한숨이 나왔다. 아들은 일중독, 딸은 현백수니 뭐든 적당한 법이 없는 우리집에서 결혼 압박은 잦은 일이다. 너네 곧 있으면 마흔이라며 갈 수 있을 때 가라, 이혼할까 봐 무서워서 못 가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거야, 등 압박을 넘어 협박이 되어 모두의 한숨으로 돌아와 공중에 흩어졌다.
솔직히 미혼남매의 심정을 얘기하자면, 살아오면서 이미 사람이 피곤하고 관계에 지쳐 있다는 게 공통 의견으로 모인다고 할 수 있다. 모두 예민하고 내향적인 성향이라 사람관계가 피곤한 것이다. 얼핏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내비친 적이 있는데, 돌아온 건 분노와 비난 같은 것이었다.
엄마: 내가 이래서 사람 좋아하고 외향적인 남자랑 결혼했어야 하는데
잘못해서 니들이 이렇다
딸: 매끄러운 인간관계 아니어도
사는 데는 별 지장 없어 아빠를 봐봐
뭐든 문제시하면 문제가 되는 것뿐이지
있는 그대로 우리의 신중함을 이해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집 자식과의 비교로 앞서거니 뒤쳐지니를 중요시하는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부모님 결혼하실 때 돈 한 푼 안 보태주고, 아버지를 다른 자식들과 차별만 한 할머니의 잔소리는 대체 무슨 무게와 의미가 있을까. 언제나 타인은 손쉽게 입만 열지 그 어떤 것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엄마의 쉼 없는 결혼 압박에 오빠는 답답했는지 한숨 쉬며 힘겨운 표정을 지었다. 어릴 땐 명절은 저녁 마당에서 불꽃놀이를 하며 웃음 짓는 날이었는데, 혼기 찬 미혼 남매의 명절은 점점 숨 막히는 전쟁터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