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탈출 가능하잖아!
얼마 전부터 3년 만에 다시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면접을 보고 금방 연락이 와서 급작스러운 새 출발을 하게 된 것인데, 평소 체력을 관리 안 하고 누워있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하루 종일 앉아서 움직이니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일터는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가 잘 잡혀있는 회사라서 어느 정도 나와 같은 신입에 대한 배려를 해주셨고 천천히 적응을 해나가는 중에 있다.
취업 전, 부모님이 주신 압박감과 스스로가 만들어낸 불안감으로 괴로워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다시 살아가게 된 현재가 마음에 든다. 욕심을 크게 내지만 않으면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라서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충실히 살아낸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본가에서 다니며, 통근버스와 사내식당도 있어서 교통비, 식대도 따로 들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자취하며 일하는 친구들보다도 저축을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 꾸준히 잘하고 사내 대인관계에만 주의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장기근속을 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축하해 줬고, 몇 달간 같이 서류를 내며 입사를 준비하던 친구도 때마침 일자리를 얻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고 해서 서로 응원해 줄 수 있었다. 부모님 또한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안도하시는 모습에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생활을 했는가를 반성하기도 했다. 못난 자식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최저시급이지만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고 매일 9 to 6로 약 8만원 정도를 벌어오는 생활에 깊이 감탄을 했다. 3년간 관리도 제대로 안 하는 블로그로 기껏해야 월 5만원 정도 벌고 부모님께 기대어 살았던 시간에서 마침내 벗어나는 중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다시 건강을 되찾아 사회인으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인생에서 잘 풀리고 안 풀리는 시기란 게 확실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입사 후에 다른 회사에서도 부재중 통화가 2건이나 왔기 때문이었다. 연락에 기분이 좋았지만 이미 나는 지금 회사가 마음에 들었고 우선은 연봉보다도 회사 생활이란 것에 적응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곳에 계속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전에도 직장을 다른 곳으로 갈아탔을 때 오히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일이 2번이나 있어서 그렇게 결정한 것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보니 지난 3개월 동안 서류를 열심히 내봐도 그렇게 안 되던 취업의 문이 갑자기 스르륵 열린 걸 보고는 정말 신기했다.
사실 살짝 눈을 낮추어 들어간 회사라서 아쉬운 면은 없잖아 있다. 그러나 나는 내 한계를 잘 파악하고 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다고 생각해서 꾸준한 돈벌이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해 기준을 낮춘 것이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여러 실패를 반복한 과거를 돌아보면 채용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감사하기 짝이 없는 일이 분명하다. 누가 나이 먹고 일 오래 안 한 버릇 들인 사람을 정규직으로 뽑아주겠나 싶은 생각을 하면 채용담당자님께 절이라도 해야 할 정도다. 그 기대에 꼭 부응할 수 있도록 매일 오늘 하루만 견뎌내자는 마음가짐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가야겠다.
매일이 주말 같았던 지루한 생활에서 벗어나 정말 오랜만에 진정한 주말을 맞이했다. 이렇게 쉬는 날이 감사하게 느껴진 때가 있었던가. 오죽하면 이 꿀맛 같은 주말에 뭐 할지를 미리 생각해서 스케줄까지 짜놨을까. 글쓰기, 쇼핑과 목욕, 혼코노까지 귀한 개인 시간을 보낼 일들이 많아서 내가 가지고 있던 병까지 싹 잊은 듯한 기분이 든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쓰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사는 게 맞구나 하는 확신까지 들었다. 이런 교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얻었으니 이제 체력 관리, 건강 관리 열심히 해서 앞으로 밝고 활기찬 인생살이를 펼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