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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May 25. 2024

누가 브런치 알림 소리를 내었는가

조회수 1000과 근황 이야기






 오늘 토요일 특근까지 뛰고 돌아온 나를 누가 브런치로 소환시키는가. 전직 장기백수 겸 신경증 환자가 안 죽고 살아있고 회사도 1년 넘게 다니고 있는 상황을 보고하러 들어왔다. 오늘 일하다가 쉬는 시간에 브런치 통계를 보니 조회수가 백 단위를 찍은 걸 보니 브런치와 다른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나 보다 했다. 네, 잘난 사람 가득한 세상에 이런 저도 어찌어찌 벌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근황 보고를 하자면 사실 그다지 썩 건강하지는 못한 상태로 겨우겨우 회사를 다니고 있다. 회사에 일이 많아져서 주말 출근까지 하다 보니 내 안에서 강한 방어기제가 발동했는지 약간의 도피성 자살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저것 쇼핑을 해봐도 해소되지 않는 무감흥의 기분이 연속되고 있는 건 덤이다. 그래도 언제는 안 그랬나, 이러다 지나가겠지 하면서 덤덤하게 매일의 일정을 소화하며 살아가고 있다.  





    

 만일 원하는 이직처를 찾지 못하고 단지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이곳을 퇴사하면 나는 다시 망가질 게 뻔하다. 겨우 손에 넣은 사회생활 루틴을 쉽게 버릴 수 없다. 득과 실을 따져보자면 아무리 회사 조건이 아쉽다고 해도 일단 돈이 들어오니 득이 맞다. 버텨라. 자꾸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나를 지키고 살리고 싶다는 내면의 신호가 켜진 것뿐인 거 이제 안다. 게다가 사람은 쉽게 안 죽고 내가 살아보니 나는 더 안 죽을 사람이다.          





 요즘은 특히 일할 때 자살사고가 들면 이런 생각을 한다.      


‘힘든 일이면 더 좋다.

내가 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싶으면 회사를 다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병이라도 걸려서 단명하면 원하는 대로 되니까 오히려 좋다.

신체화 증상 나타나지 않으면 일단 계속 회사 다니자’     


 죽여라 죽여 식의 부정적인 방향이더라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일에 집중하면 쓸데없이 과도한 자기방어 심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일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진짜 죽을 만큼 힘든 일도 아니니까 신체 튼튼해지고 마음 단단해지고 돈도 들어오니까 좋다.     






 그동안 1년 넘게 근속하면서 월급을 모으다 보니 자산도 1700만원 늘었다.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라 가능한 것이 맞지만 주변 친구들의 사례를 보고 나니 나는 충분히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많이 느꼈다. 강박, 절제 하면 바로 나야 나. 예전에 일하지 못한 시간 동안 벌지 못한 돈 생각에 혼자 돈모으기 챌린지도 하며 이렇게 과오(?)를 씻는 과정에 있는 요즘이다.      






 한동안은 ‘안 아팠더라면 지금쯤 1억은 넘게 모았을 텐데’라는 생각에 집착하며 괴로워했지만 그건 완벽한 삶에서나 가능한 환상이라는 걸 또 느꼈다. 안 아프고 살았어도 무슨 일이 하나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는 자신이 어느 순간엔 정말 어이없게 느껴졌다. 내가 지방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지 않고 수도권에 살았다면 집 때문에 전세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고 힘들게 목돈 모아서 주식이나 코인에 몰빵해서 날렸을 수도 있는 건데? 이제 이미 지나간 건 돌아도 보지 말고 다 받아들이고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잡념으로 자신을 상처 입히지 않기로 한다.     






 요즘엔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그럭저럭 잘 적응했다. 솔직히 회사란 곳, 쉬운 거 하는 사람 따로 있고 힘든 거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곳인 것 같아서 짜증 날 때도 있었는데 그냥 내가 그만큼 보수 잘 쳐주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이제 사회생활 견습은 지긋지긋하게 했으니까 이직 킵고잉. 다음 글에는 이직 이야기를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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