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었던 과제가 생각났다
한동안 일이 많이 고단했는데도 1년을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무척이나 채찍질해댔다. 또 그 사실조차 인지를 못하고 왜 이렇게 나는 힘든 걸 못 참아내는 걸까 하면서 더더욱 자신을 비난하기 바빴다. 그런데 그 힘든 회사에서 1년을 넘게 버텼다는 건 인내심이 엄청난 거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순간 깨달았다. 아, 또 내가 나를 더 괴롭히고 있었구나.
힘든 게 분명 맞는데도 겨우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냐며 자신을 매번 다그치던 모습 속에서 예전처럼 또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는 나에게 관대해지자며, 완벽주의 탈피하자며 토닥이던 건 어디로 간 걸까. 더 힘내라, 더 열심히 해라는 말은 회사고 세상이고 타인이 하는 얘기일 뿐이란 걸 알아야 했다. 더 이상 그들이 내게 심은 남의 가치관을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했다고 착각하지 않기로 했다. 적당히 살아도 안 죽더라. 그렇게 숨통이 트이려면 나는 나를 좀 더 돌봐야만 한다.
그래서 유튜브에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 등을 검색해 영상을 찾아보면서 내가 얼마나 나에게 혹독하고 또 얼마나 남에게는 관대했던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피곤한 사내 인간관계는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으면서 왜 조금도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오랜 기간 애써왔지만 아쉽게도 옛날과 크게는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더니, 또 자책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졌다.
탓하고 싶진 않지만, 타고났든 살아가면서 교육 등으로 프로그래밍 되었든 간에 그 방식이 나를 망친다면 내버려두지 않기로 했다. 실수 하나만 해도 큰일 나는 것처럼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자학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콩콩팥팥이라고 부모님을 보면 내가 엄청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실수 없는 인생이라니 무슨 큰 기대를 하는 걸까. 이제는 자신을 제대로 알도록 하자.
잊었던 과제를 다시 의식해 뇌에 새로운 회로를 만들듯이 피곤한 버릇을 털어내는 연습을 하기로 한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했던 실수, 술 담배 안 하겠다며 다짐해놓고 저버린 실수도 그냥 좀 흘려보내버리자. 그래, 그 정도는 솔직히 괜찮잖아. 남들도 할 수 있는 실수다. 정신이 피폐해질 만큼 창피해하고 자책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약간 X라이 같은 친구구나 하겠지, 뭐. 아무리 루틴까지 망가지는 상황에도 이렇게 나는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며 의식적으로 다시 애쓰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좀 더 칭찬해 주자. 남들이야 어쨌든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있다. 요샌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이직 준비도 계속하고 있고, 요리나 다른 소소한 재밋거리를 발견하는 취미생활도 해가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중이다. 때론 회피 성향이 발동해서 도망치고 싶고 다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조금씩은 달라지는 내 모습도 보인다. 과거의 아픔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하면 가볍고 재밌게 살까, 그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더 나아질 수 있겠지. 이제는 딱 80%만 힘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