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던 직원이 있었다. 자신이 부당한 일을 겪는 것이 나의 고자질 때문이라 생각해 고함을 지르며 나에게 삿대질을 했었다. 직군이 달라 각자 하는 일이 다르나 한 공간에 있다. 내가 자신보다 어리고 키가 작아 만만해 보였을까? 나는 태어나서 처음 삿대질을 당해봤다. 하지도 않은 고자질 때문에 내 나이 50살에 그것도 직원도 아닌 외부인들이 가득한 곳에서 삿대질이라니. 큰소리가 나자 상사에게 불려 가 한소리 듣고 나서 나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그 삿대질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직원들은 사과를 받아준 나를 대인배라 말했지만 사과는 듣지도 못했고 지나다가 나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내 눈치만 봤다.
오늘따라 비바람이 몰아쳐 3단 자동우산의 살대가 처참히 부서졌다. 부서진 우산을 머리에 이고 비를 맞으며 도착한 사무실에 무언가 든 검은 봉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까만 봉지를 열어 보니 주먹보다 큰 노란 복숭아가 들어 있었다. 농약은 치지 않았는지 벌레가 먹고 조금씩 썩은 것들도 보였다. 나는 순수 딱복파로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물복은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나 비바람이 치는 아침 출근길에 무거운 복숭아를 가지고 온 직원의 마음이 고마워 맛있게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복숭아를 가져온 사람이 누구인지 듣자 나는 조용히 내 자리로 왔다. 퇴근 때까지 직원들 누구도 그 복숭아를 먹지 않았다.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실 물건은 죄가 없다. 모든 문제 뒤에는 사람이 존재한다. 아직은 내가 대인배가 되지 못해 지나간 일을 붙잡고 감정에 휘둘려 애써 키워 가져온 복숭아에 화풀이를 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번 더 부딪힌다면 나는 정말 참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사람이 삿대질이라니. 그래도 퇴근해서도 그 검정봉지 안에 있던 복숭아가 생각나는 거 보면 물건은 죄가 없는 게 맞다. 잊고 있던 죄에 대한 본질이 오늘 이렇게 또 나에게 아픈 기억으로 다가온다. 이럴 거였으면 그냥 그 복숭아 먹을걸. 내일 출근해도 남아 있다면 어쩌면 모른 척 맛있게 먹어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