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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Jan 01. 2025

50번째 생일 최고의 선물

머리에 꽃 꽂고.

 회사에서 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김해에서 이승환 콘서트를 하니 보러 가라는 말을 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연말에는 정신이 없고 해야 하는 일들도 쌓여 주말은 녹초가 되어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동생이 전화까지 했는데 혹시나 싶어 검색을 했다. 

 좌석을 두 군데서 반반 나눠 예매를 하는지 두 군데의 예매 사이트 좌석 위치가 달랐다. 뒤쪽 중앙보다는 앞쪽 귀퉁이가 나을 것 같아 딱 한자리 남은 앞쪽 귀퉁이 자리를 예매했다. 배송비까지 16만 원 가까이 되는 돈을 쓰려니 살짝 고민도 되었지만 내 손은 이미 결재를 마친 상태였다.

 30년 만에 동생 전화 한 통에 콘서트 예매까지 한 나를 칭찬하며 기다렸다.  10월에 티켓오픈을 했고 한 달이나 더 지나 11월에  결재를 했음에도 딱 한자리 남은 그 귀한 자리를 내가 낚아챈 것이었다.

 하이텔, 천리안이 있었던 나의 10대, 20대 초반의 이승환 콘서트는 힘이 넘치고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날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팬카페 가입도 하고 나름 마음의 준비를 마치자 집으로 티켓이 배송되었다. 

 콘서트 날짜를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며 나는 그날이 나의 50번째 생일인 것을 알았다. 생일이라고 해봐야 챙겨주는 사람도 없이 내가 끓인 미역국 한 그릇 먹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 생일은 정말 기다려졌다. 직장 동료들도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두 예매 사이트는 매진상태로 표를 구입할 수 없었다. 

올해 들어 제일 잘한 일 같았다. 

 민증생일이 콘서트 전날이라 동생의 생일축하금까지 받고 콘서트 당일 아침 미역국 끓여 먹으라는 엄마의 전화에 미역을 불리고 국을 끓여 먹고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길치인 내가 지하철에 경전철을 갈아타고 김해문화의 전당에 도착했다. 다행인 건 동생의 집과 가까웠고 과거에도 몇 번은 와 본 적이 있어서 심리적 불안감은 덜했다. 

 1시간 전에 도착해 휴지묶음을 손에 쥐고 잠시 대기를 했다. 포토죤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편안하게 기다리다 30분 전 입실을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머리에 꽃핀까지 꽂고 '미쳐보리라' 생각했지만 첫곡부터 스탠딩 한 상태로 뛰는 사람들 속에서 내 마음도 같이 흔들렸다.

 2시간 40분 정도의 공연시간 동안 즐겁고 즐거웠다. 게스트도 없고 오로지 이승환이라는 가수와 그의 밴드가 최선을 다해 최고의 공연을 해 주었다. '저속노화'의 대명사가 된 가수 이승환. 늙어가는 그의 팬들. 그리고 나.

 공연장에서 20대처럼 뛰지는 않았지만 완숙미는 좋았다. 그리고 나 혼자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집으로 돌아왔다.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개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지만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캔맥주 하나에 다음날 늦잠을 잤다. 


 이날 공연은 내 50번의 생일 중 단연 최고의 생일이었다. 나를 위해 돈을 쓰고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쓴 생일이 없었다. 내가 나를 50년 동안 이렇게 홀대했다. 그리고 50살 생일이 지나갔다.

다음 생일에는 더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제는 더 막살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환갑에도 건강하시길. 나의 환갑에도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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