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녹초가 되어 퇴근했다. 요가복으로 갈아입고 잠시 책상에 앉아 졸다가 급하게 요가 수업을 갔다. 먼저 온 수강생들은 이미 매트를 펴고 요가 벨트를 꺼내 몸과 마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이 들어 뻣뻣해진 몸은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깨질 듯 삐걱거리고 잠시 딴생각이라도 하면 동작을 놓치고 만다. 눈치로 보아 월요일은 골반과 함께 고관절을 여는 동작을 하는 것 같았다.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월요일이어서 그런지 수강생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양쪽 옆이 텅 비어 동작이 어수선한 내가 더 눈에 띌 것 같아 살짝 긴장이 되었다.
아는 동작이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 다리를 펴도 매트와 붙지 않고 동동 뜨는 골반 덕분에 추워지는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절로 났다.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도 모르게 1시간이 지났다. 수업 후 약 5분 정도는 불을 끄고 매트에 누워 편안하게 몸을 이완하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월요일은 주말을 지나면서 몸이 굳기 때문에 더 힘든 날이라 동작을 하면서도 곡소리가 나고 온몸에 뼈가 재조립되는 느낌이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기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 만족하면서 매트에 누워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눈치보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을 풀고 깜깜한 적막함을 한껏 즐겼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수업이 끝난지 1~2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고요한 요가실에 우렁찬 소리가 퍼졌다. 평온함은 사라지고 코 고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늘 수업 후 잠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적나라한 코골이는 처음이었다.
나는 수십 년간 불면으로 힘들어했다. 술에 의지하기도 했고,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먹어도 처음 며칠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럽다기보다는 단시간에 코까지 골며 숙면에 빠져드는 누군가가 부러웠다. 오늘 저녁은 걱정 없이 편하게 자고 싶은 바람으로 쩌렁쩌렁 울리는 코골이 소리를 참았다. 부러움으로 귀를 막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져가는 소리에 강사님은 평소보다 이른 마침 인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책상에 앉아 잠이 날 찾아 오길 기다렸다. 생각들이 소용돌이치다 요가 수업 때 들었던 코골이 소리에서 멈췄다. 조용히 눈을 떴다. 멈추지 않고 갈수록 커지는 코골이 소리가 리듬을 탔다. 옆방에 있는 남편이었다. 나 빼고 다 잘 자는 밤. 오늘도 나는 불면과 줄다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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