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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Jan 12. 2024

오늘부터 다시 1일

입조심 기간. 

 사람이 정말 입조심을 해야 한다는 걸 몸서리치게 느낀다. 몇 주간 감기로 고생했던 몸이 조금 나아져서 운동도 하고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해서 그런지 다시 목구멍에 가시가 돋은 것 같이 따갑고 아팠다. 이래서 입빠른 소리를 하면 안 되나 보다.

오늘부터 다시 1일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손님과 다시 1일이라니. 2023년 12월 말부터 감기로 아프더니 이번 주부터는 조금씩 나아서 운동도 다시 하고 먹는 것도 잘 먹었는데 갔던 감기가 가다 다시 돌아왔다. 이제 우리 다시 1일이다. 항생제도 일주일 먹었는데 무소식이고 어제는 약국에 파는 액상 감기약까지 먹고 일찍 잤는데 목구멍에 가시가 돋아 침도 삼키지 못하고 있다. 많이 아프면 입원이라도 하겠지만 어중간한 게 제일 무섭다고 아프긴 하지만 고열이 나는 건 또 아니고 두통도 있지만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어 애매한 줄타기를 한다. 결국 수액을 맞고 있다. 온갖 민간요법은 다 내 몸에 쏟아붓고 있지만 효과 가 없다. 며칠간 다시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1일 차에 에프터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3번, 3일만 만나보고 결정할 것인가?

제발 다시는 만나지 말자. 


 회사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액을 2개 준비해서 내 팔에 연결해 주었다. 왼쪽 팔 엔 수액, 오른쪽 팔 엔 마우스를 쥐고 일을 하고 있다. 어중간하게 수액이 들어가는 바람에 수액을 잠그고 주머니에 수액팩을 넣고 구내식당까지 다녀왔다. 피가 역류해서 내 피 같은 피가 수액 라인에 절반은 나왔다.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온갖 민간요법을 다 해보고 있지만 효과는 없다. 침향환, 비타민과일인 귤, 아픈 목엔 프로폴리스 사탕, 하누카꿀도 입에 머금다 삼켰다. 그리고 따뜻한 히비스커스 차까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


 잘 버티다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목표한 것들을 다 끝마치고 나니 긴장이 풀린 것 같다. 이제 다시 긴장을 해야 할 시간인데 몸이 따라와 주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남들은 아프면 휴가를 쓰고 병원엘 가지만 나는 출근을 한다. 웃기긴 하는데 출근만 하면 직원들이 일단은 살려는 준다. 집에 갈 때까지는 아프지 않은 채로 가게 만들어 준다. 퇴근 후 아프면 3차 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회사가 이렇게 좋기도 무섭기도 한 곳이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직장생활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아직 부적응인듯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퇴사를 하기도, 이직을 하기도 애매한 곳이 되어버렸다. 어정쩡한 경력자가 되어 버렸다. 가끔은 집보다 회사가 더 편하고 좋은 점이 많을 때도 있다. 집에 와서도 온전히 쉴 수 없는 워킹맘, 연달아 두 번 고3엄마를 해야 하고, 내 자식, 시어머니 자식 식구들 전부가 남자다 보니 어느 정도는 또 포기하고 산다. 포기하면 편하다 더니 꼭 그렇지도 않다. 일단은 이 지긋지긋한 감기라도 좀 떼어내고 싶을 뿐이다.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 만나지 말자니 너무 매정한 것 같지만 나는 정말 싫다. 그렇게 나를 만나고 싶으면 일 년에 한 번만 스치듯 지나가주길 바란다. 뒤통수만 한번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50 먹은 여자사람 아줌마는 너무 힘들다. 여동생은 꿀을 세 숟갈씩 퍼먹고 자라는데 그 단 걸 먹는 게 힘이 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입에 넣고 삼켜본다. 이 집 남자들은 내가 아픈걸 아무도 모른다. 내가 와서 밥을 차려주길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꼭 유치원생 같은 아들만 키우는 내가 오늘따라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힘을 내보자. 내일은 멀쩡하게 일어나 주말 아침의 여유를 한껏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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