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의손 Jan 29. 2024

과지방 1단계_어쩔 수 없이 만보걷기

스쿼트는 옵션


 2022년 3월 14일은 내가 체중감량을 목표로 홈트를 시작한 날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목표를 정해놓으면 시작이라도 하고 작심 3일이라도 3일마다 다시 시작하면 일주일은 하겠다 싶어 억지로 억지로 나에게 낸 숙제였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숙제를 하루 하루 하다 보니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큰 이벤트가 없는 날이면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 홈트를 1시간씩 하고 밤에는 또 공부도 했었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시간을 썼나 싶고 매일매일 실행에 옮긴 나를 칭찬하게 되었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뿐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했던 것 같다. 다행히 10kg 이상 감량이 되었고 그렇게 몸무게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집에서만 운동을 하고 또 혼자이다 보니 가끔은 게을러져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헬스장에 한 달에 한두 번은 간다. 오십된 아줌마가 몸빼바지를 입고 갈 순 없으니 몇 년 전에 사다가 모셔둔 요가복도 꺼내 입고 기계는 무서워 가볍게 러닝기계 위에서만 뛰고 구석에 준비된 방에서 홈트와 스트레칭을 하며 두어 시간 있다가 온다. 그렇게 가끔 가도 인바디를 재는데 과지방이라고 한다. 과지방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좋지 않다는 건 어감상으로도 확연하다. 살짝 핑계를 대자면 작년 12월에 시작된 감기가 해를 넘긴 지금 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집사의 과지방 1단계를 걱정하는 주인님 표정


 근육을 2kg 찌우고 지방을 2kg 빼라는데 말이 쉽지 아줌마인 초보 다이어인 나에게는 아리송하다. 일명 똥배는 아이를 출산한 주부에게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 항목이 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나에게부터 절대 떨어지지 않는 신체의 장기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팔, 다리가 아무리 가늘어져도 복부에 붙은 이 똥배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또 다른 복병이 있다. 바로 변비이다. 굶든지 먹든지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나 나의 의지와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늘 아랫배가 힘들다. 인바디 결과지를 정독을 하고 충격이 좀 가시자 나는 이 과지방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나이 오십에 콜라병이나 모델 같은 들어갈 때 들어가고 나올 때 완벽히 나오는 그런 몸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고른 옷이 내 몸에 편하게 맞았으면 하는 거고 옷이 나를 거부하는 부끄러운 일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여름에 민소매가 부럽지 않고 원피스 입었을 때 앞 뒤로 울퉁불퉁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가족들과 외출했을 때 나때문에 어색하지만 않으면 된다. 간단하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은 내 몸을 이제 내가 정말 어떻게 했다 싶었는데 어떻게 안되었던 것이다.

 컴컴한 아침에 출근해 컴컴한 저녁때 퇴근하고 집안일을 하고 애들 밥 차려주고 나면 나만의 시간은 9시가 넘어야 나에게 넘어 온다. 어쩌면 이것도 사치라고 할 수 있다. 똥기저귀 가는 아기는 없으나 나에게는 고3 아들이 있고 또 내년에도 고3으로 예약된 아들이 한 명 더 있다. 무엇보다 더 시어머니 아들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이건 숙제 중 제일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늘 해결되지 않는 미션 같은 숙제로 대외적으로 남편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앞서 시어머니아들이고 내 마음엔 남이지만 막내아들 같이 해결되지 않는 미지의 그 무엇이다. 이런 온갖 역경을 해결한 후 나의 가용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통은 4시간가량은 나만의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운동에 2시간가량을 소모하고 공부와 글쓰기에 나머지 시간을 쓴다. 마음이 급해져 만보 걷기에 도전하기로 하고 나의 허벅지를 위한 스쿼트도 매일 100개씩 하기로 했다. 어플을 이용하면 나의 기록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다시 인바디를 재보지는 않았지만 나의 눈바디상으로는 복부가 조금은 들어간 듯하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말이다.

만보 걷기


글로는 다 적을 수 없는 나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디 대회라도 나가냐고 물을 때도 있다. 작은 체구에 독기 하나로 뭉쳐 살을 10kg 넘게 빼더니 운동에 미쳐 있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김밥과 구황작물에 미친 지 오래고 운동에도 슬슬 미쳐가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집에서 나를 걱정하는 건 내가 밥 주고 똥 치워주는 우리 집 고양이뿐이다. 하긴 자기 밥줄이 나니까 어쩌면 걱정이 당연한 것도 같다. 갱년기가 닥치지는 않았지만 곧 닥칠 예정이라 늘 긴장을 하고 있다. 그런 중에 과지방이라니. 이날 평생 처음 보는 글이라 아찔하기도 하다.

 월요일인 오늘은 업무가 일주일 중 제일 많은 날이다. 이것은 앉아만 있고 움직임이 적다는 말과 같다. 사실 과지방이라고 지금 당장 내 몸이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걱정이 많은 나는 마음이 힘들다. 그래서 만보를 채우고 있다. 글을 쓰는 지금 5천 보도 걷지 못했지만 집에서 제자리걸음이라도 해서 만보를 채울 것이다. 나는 한다면 하는 무서운(?) 여자 사람 아줌마니까. 목표는 꼭 달성하는 독한 사람이니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저녁때 내가 땀범벅이 되어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어 긴장이 될 뿐이다. 과지방 기다려라 내가 간다. 몇 주 만에 과지방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지방을 조금 더 태울 수는 있을 것이다. 곧 설명절이 다가온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나처럼 유지어터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힘든 날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체중을 빼는 건 힘들고 지루한 싸움이지만 찌우는 건 하루면 충분하다. 끝없이 나 자신과 또 나의 식탐과 내적갈등을 하는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달렸다. 하루하루 운동을 하고 입 터짐 방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저러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잘못된 식습관의 고착일 수도 있고 좋다고 먹은 올리브유와 참기름, 들기름들 각종 견과류 그리고 커피믹스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 좋아하던 것들을 맛보는 재미가 줄어들어 아쉽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낼 날이 조금은 적겠지만 살아있는 동안 건강하고 싶다. 그래서 운동하고 걷는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내 몸뚱이지만 제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도 내 몸뚱이다.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몸으로 사는 날 까지는 잘 살아 보자.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보자. 그래서 후회를 없애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과지방 너 딱 기다려!!

 

작가의 이전글 냉장고 채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