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의 책상

by 숨비소리

우리집은 넓다.

방도 네 개다.

하지만 거기에 나만의 공간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떠돌아야 했다.

하루는 소파에 누워서 책을 읽었고 어떤 날은 식탁에서, 어떤 날은 침대에서.

우리집에서 나만, 유목민이었다.


충동적으로 내 책상을 샀다.

그런데 이걸 어디에 둔담.


나는 짐을 버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정리했고, 아이들 장난감도 버렸다.

책꽂이도 내놓았다.

그러자 거실 창 너머로 봄풍경이 보였다.

수많은 짐들에 막혀있던 풍경이다.


비워진 그 자리에 내 책상을 놓았다.

그리고 내 짐들을 내 책상으로 옮겼다.

읽던 책, 무선 키보드, 휴대폰 거치대, 보조 배터리, 쓸데없는 꽃병, 메모지, 필기구.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몇 개 되지도 않는 짐을 놓을 자리도 없이 살았구나.

14년을 그렇게.


사람들이 지나간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새들이 날아간다.

차들이 로터리를 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나는 14년만에 내 자리에 앉아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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