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지간은 대를 이어간다.
나의 외할머니는, 그 시대의 사람답게 살았다.
가난했고, 아들 중심주의인 사람이었다.
똑똑했던 엄마는, 딸이라는 이유로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누가 뒤에서 뒷받침만 해주면 진짜 크게 될 아이인데."
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엄마에게는 예쁜 옷을 입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었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한을 풀었다.
가난했지만 내게는 그래도 늘 좋은 옷을 입혀주려고 했고, 어떻게 해서든 배울 기회를 제공하려고 했다.
내가 그걸 원하지 않을 때도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한이 되었다.
땡땡이 무늬 옷은 절대 사주지 않은 것.
단 한 번도 멜빵바지를 입어보지 못한 것.
미술학원을 보내주지 않은 것.
우리 모녀 사이는,
'이것만큼은 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리라.'
하는 결연한 의지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결연한 의지는, 엄마와 나의 관계에 독이 되었다.
나는
"너네 엄마만큼 자식한테 헌신하는 사람이 어딨냐. 니가 복이 많다."
라는 말을 들어도 시큰둥하다.
그 땡땡이 무늬의 옷이, 그 멜빵바지가, 아직도 머릿속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은 한을 나는 내 아이에게 푼다.
아이가 입고 싶어하는 옷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준다.
그게 무슨 무늬든, 무슨 색깔이든.
다행히도, 나의 결연한 의지는 내 아이와 나의 관계를 망치지는 않은 듯하다.
상담선생님에게
"엄마는 따뜻한 사람이예요. 정이 많고."
라고 말했다고 하니까.
어쩌면 엄마가 나에게 물려주지 않았어야 하는 건, 가난해서 못 배운 한이 아니라 엄마와 애정으로 맺어지지 못했던 관계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