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웃으니까 괜히

by 숨비소리

딸아이는 또 무엇에 심통이 났는지 다 싫다고 했다.
캠핑장도 싫고 수영도 싫다고 했다.

"수영복이 너무 딱 붙잖아. 안 입어. 수영 안 해."

나는 저게 사춘기 소녀의 일반적인 변덕인지, 아니면 겨우 나아지고 있던 우울증의 심화를 알리는 신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이는 그렇게 뿌루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수영복이 싫으면 내 반바지에 그냥 티셔츠만 입고 들어가라고 해도 그저 됐다고만 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해먹에 누워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딸아이가 나를 불렀다.

"엄마 반바지 줘."

나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겼다.

'너무 커서 안 입는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오히려 내 반바지가 아이에게 작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울증을 앓은 이후로 딸아이는 살이 많이 쪘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딸아이가 물 속으로 뛰어든다.
동생의 목에 매달려 장난을 친다.
서로 누가 오래 잠수할 수 있나, 대결을 한다.

아이가 웃는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소음을 뚫고 내 귓속을 파고 든다.
나는 괜히 눈물이 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