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한테 부당한 일 시키니? 학교 가는 게 그렇게 억울할 일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 집에서 제일 부당하게 사는 사람이 누군데? 너야? 아니, 그건 나야. 나라고!!! 너네 어제 엄마가 하루 종일 요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동안 뭐했어? 다들 각자 방에 앉아서 오락만 하고 있었잖아. 나도 그러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나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하기 싫어도 하는 거잖아. 너만 싫은 일 해? 나도 싫은 일 해!!! 너만 그만두고 싶어? 나도 그만두고 싶어!!!!"
딸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학교 가기 싫어, 학교에 왜 가야 돼.'를 더는 견디지 못했다.
갑자기 구역질이 밀려왔다.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리고 터진 눈물.
나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지긋지긋했다.
그냥 다 그만둬 버리고 싶었다.
애고 뭐고 다 갖다 버리고 싶었다.
다 끝내면, 더 이상 이 꼴 저 꼴 안 보고 편할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억울했다.
나만 다 참고, 나만 애쓰는 것 같았다.
상담사가 그랬다.
예전에는 아이가 친구들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학교를 거부하고 다니기 힘들었을지 몰라도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충분히 학교에 나갈 힘이 있다고.
그런데 안 나가는 걸 보면 이 상황을 이용해서 학교 가기 귀찮으니까 안 가는 것 같다고.
나는, 자기 하나 잘 키워보겠다고 휴직도 하고 약도 먹는데, 나 혼자만 북 치고 장구 쳤던 걸까 싶었다.
아이는 결국 학교에 가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엄마는 약속 있으니까 학교 가든 말든 니 마음대로 하라며, 아이를 내버려 둔 채 집을 나와버렸다.
아이와 나 사이에, 큰 골짜기가 생겼다.
다행인지 뭔지, 집에 잠깐 들른 친정엄마가 아이를 보곤 아이를 어르고 달래 3교시에 학교로 보냈다.
"내가 애 학교 보냈어.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전화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전화가 조금도 반갑지 않았다.
아이를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도,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지쳤다.
피곤했다.
버티고 싶지 않았고, 버틸 힘도 없었다.
오후 1시쯤 됐을까.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집에 가."
3교시에 등교해서 4교시에 집에 오는 학교생활이라니.
"어. 알았어."
나는 짧게 대답했다.
"오늘 급식 생각보다 맛없어서 배고파. 집에 가서 라면 먹을래."
"알았어. 집에서 만나자."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미안해."
나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무기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충동적으로 꽃집에 들렀다.
스토크 몇 송이와 장미 한 송이를 샀다.
작약은 없었다.
언젠가 꽃 도매시장에 가서 흰 작약을 한 묶음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운이 생겼던 걸까.
답장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답장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괜찮아. 엄마도 미안해.'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구리 끓여줘."
아침을 먹지 못한 내 몫의 라면까지 끓여 나눠먹었다.
"포도 줄까?"
"응."
그렇게 모녀지간의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내겐 계속 그 말이 맴돌았다.
"부당하게 사는 건 나야. 하지만 하기 싫어도 해야 되니까 하고 살잖아!!!"
그건 어쩌면, 내 아이에게 퍼부어야 할 말이 아니라 내게 해줬어야 할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너, 부당하게 살고 있어. 하기 싫은데도 다 떠맡아서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만하고 가족들한테 얘기해."
라고.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 갔어?"
"아니, 아침에 푸닥거리 한 판 했어.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고 힘드네. 여름방학 되면 아이하고 좀 떨어져 있어야 할까 봐."
"어디 다녀올래?"
"응. 생각은 안 해봤지만 2,3일쯤 어디 좀 다녀와야겠어. 쉬고 싶네."
늘 말만 했었지 실천은 하지 못했던 일.
하지만 나를 위해서는 필요했던 일.
올여름에는 꼭,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