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직 이야기4.

난 아직 멀었다

by 늘날생각해

눈물로 사과를 전했던 x선배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을까.



i의 말에 따르면

선배가 나를 만나러 오기 전

개인적으로 감격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거다.

프로젝트를 맡은 지 4년이 되어

4주년 자축을 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있는 상태로 나를 만나러 왔다는 것.


에이.

그럼 그렇지.


사실 난, 어제 감동을 좀 받았더랬다.

눈물의 사과는 처음 받아보기도 했고

나보다 선배인 사람이,

그것도 회사에서,

비련의 주인공처럼 눈물을 흘린다는 건

당연히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 선배는 연기자가 되었어야 한다.

(온전히 눈물 연기만 두고 본다면)


i에게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선배 보기가 민망했다.

아니, 보기 민망한 게 아니라 보기 싫었다.


전말을 알게 된 이상

나도 선배를 진심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그녀를 만나면 멋쩍은 웃음으로 너스레 떨 나를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악어의 미소와 악어의 너스레는 그만 두고 싶었다.


오늘 하루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피해 다닌 건 아니었지만 운 좋게도 마주 치지 않았다.

그녀의 평소 행실에 대한 소문에 비추자면

아마도 반차 내고 퇴근했을 듯하다.

어제 눈물로 사과한 건 까맣게 잊고

룰루랄라-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으러

어딘가로 떠났을 것 같다.




괘씸해하며 그녀를 잘근잘근 씹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사실, 한 가닥의 희망을 갖고 있다.

i과 x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으니

i가 비뚫어진 귀로 x의 얘기를 받아들이진 않았을까.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았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은 이상,

사람을 소문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나의 고집.

그러니 제대로 대화하거나 밥을 먹지 않은 xrk

생각보다, 소문보다 괜찮은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

여백처럼 남아 있다.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아닐 지도 모르니까.

.

.

라는 천하태평 만수무강 태평성대 안빈낙도 같은 생각을 하다니.

나는 여전히,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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