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 모르고 미안하기만 한 너
나의 담당자인 o이 사과를 했다.
외근 중에 후배에게 x선배 사건을 전화로 들었고
때마침 같은 현장에 있던 x선배(언제 또 거길 갔지?)에게
왜 그러셨냐고, 넌지시 얘기했다고 한다.
i 또한, 아침에 만난 x선배가
"어제 내가 좀 실례했나?"
라며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를 전해왔다.
나의 담당자인 o은 좌우당간 그런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필 본인이 없을 때 생긴 일이라 더 미안하다고 했다.
어제부터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과를 하니
이게 그렇게 미안해할 일인가?
내가 사과 받을 일을 당한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사과를 하니, 네에... 하고 얌전히 받았다.
o이 또 한번 정식 사과를 한 건
0월 0일부터 나와 같은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에 대한 몫이었다.
결국 그렇게 되었다고,
회사 사정이 이러하니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장 같은 말을 했다.
'그게 어디 당신 탓인가요. 회사가 그렇게 된 걸'
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 할 수 없죠.
빨리 해결해서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하하"
또 멋쩍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고 말았다.
근데 아무래도 신기한 건
내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다는 거다.
원래의 나였다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목소리가 염소로 변하고
눈물도 글썽였을 것이며 잠도 못자고
나쁘고 슬픈 생각만 줄줄이 사탕처럼 떠올랐을 텐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놓였고, 편안했다.
시야가 탁 트인 느낌.
속이 뻥 뚫린 기분.
충격이 심하면 반응이 반대로 나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나는 멀쩡했다.
사는 동안 대박 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운이 좋다고 속으로 낄낄댄 적은 꽤 많았다.
대부분이 평탄했고 평범했으니
아마도 3개월 쯤 지나,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막무가내 희망 회로 때문인 걸까.
논리에 맞진 않지만
촉으로 치면 정확하게 들어맞을 것이다.
성급하게 앞서나간 상상 몇 개에는
이미 복직 날짜를 받고
급하게 비행기표를 끊어 여행을 가는
나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왠지 그렇게 될 것 같다.
정말로.
자기 위안 아니고,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