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에 대한 고찰
기획자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헛소리’는 매우 유익한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학적인 의미로는 대뇌가 잠깐 마비 되거나 갑자기 떠올린 기억으로 인해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고 흔하게는 이야기 속의 화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하는 소리라고 한다.
이런 의미로 접근해 본다면 (우스갯소리로) ‘잠시만 대뇌가 마비 되었다 깨어나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다.
타이틀 한 단어 때문에 몇 날, 몇 일을 보이지 않는 수풀 속을 헤매기 일쑤고,
“아 그거 있잖아”
입 안에서 맴도는 ‘그것’ 때문에 빡(?)이 친다.
그러다 누군가의 ‘헛소리’로부터 순간 회의실의 온도가 급상승하고 모든 이의 눈이 번쩍 뜨이는 그때,
우리는 ‘드디어 이 회의가 끝날 수 있으리라’ 희망의 빛을 보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헛소리’로부터 시작되고 ‘헛소리’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을 추앙한다는 점에서 일반 사람들에 비해 유독 ‘헛소리’는 내게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렇게 매일같이 대뇌의 마비를 바라는 시간을 겨우 보내고 오늘은 진짜 일 얘기 하지 말자면서 술 잔을 기울이는 친구들과의 시간 중 ‘헛소리’는 그야말로 진짜로, ‘찐 헛소리’다.
서너시간쯤 떠든 것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 때문에 잃은 기억말고)
도대체 무슨 내용의 이야기를 했는지, 맥락도 주제도 떠오르지 않을 때.
그런데 분명 요 몇일 중에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모두 입을 모을 때.
서른 중반쯤의 친구들 모임에서는 더이상 진지한 인생 상담 따위는 없다.
아직도 우린 모르는게 많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이 귀한 몇 시간동안 또 우울하고 한숨 나오는 고민과 일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헛소리’를 넘어 거의 ‘개소리’에 가까워지면 그날은 대성공.
(그래서 어른들이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라떼를 꺼내 드시는걸까?)
말이 좀 안되는 소리가 이상할리 없는 더 이상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저 몇 마디의 ‘헛소리’로부터 얻은 힘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가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