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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Nov 23. 2020

식물도 총을 쏘나 봐

유기열의 씨알여행 200-공작실거리나무

탕! 탁~ 딱~

사무실에 갖다 놓은 공작실거리나무 익은 열매가 시간이 지나면서 2조각으로 갈라질 때 난 소리다. 열매껍질이 터지는 힘이 얼마나 센지 갈라진 열매껍질은 공중으로 솟아 날고, 씨는 2m이상 멀리 총알처럼 튕겨 나갔다. 마치 총을 쏘는 것 같았다. 


공작실거리나무 꽃은 찬란하다. 그러나 암술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암·수술 모두 빨갛고 모양이 비슷하여 암·수술 구분이 잘 안 되고, 암술이 긴 수술보다 약간 짧고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암술대가 바로 시들기 때문이다.


공작실거리나무는 콩과(Fabaceae) 식물로 학명은 Caesalpinia pulcherrima, 동의어로는 Caesalpinia lutea, Poinciana pulcherrima가 있다. 영명은 peacock flower, red bird of paradise, flower fence, paradise flower 등이 있다. Pride of Barbados(바베이도스의 자존심)라고도 하는 데, 실제로 이 꽃은 바베이도스의 국화(國花)이기도 하다.


형태와 잎 등: 열대 상록~반상록성 관목이다. 키는 2~5m정도다. 잎은 어긋나며 짝수2회깃꼴겹잎이다. 길이는 20~40cm이며 3~10쌍의 깃모양잎이 깃꼴로 달리며, 다시 작은 깃모양잎은 6~13쌍의 타원형 소엽이 깃꼴로 달린다. 소엽(小葉)은 길이15~25mm, 너비10~15mm다. 



: 꽃받침, 꽃잎, 암술과 수술이 있는 양성화다. 

총상꽃차례로 꽃대길이는 15~30cm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꽃이 피기 때문에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위는 좁고 꽃이 활짝 피는 아래는 넓어 전체는 원뿔형으로 보인다.

꽃받침은 5개이며, 긴 타원형이나 네 모서리가 둥그런 직사각형으로 길이1.0~1.5cm, 너비2.5~3.5mm다. 색깔은 빨강, 오렌지, 주홍색이다.


꽃잎은 5개이나 1개는 아주 작다. 모양은 4개는 아래가 좁고 위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인 부채꼴이지만 작은 것은 가늘고 긴 나팔모양이다. 크기는 길이1.5~2.0cm, 너비0.8~1.2cm이고, 작은 것은 길이는 큰 것과 비슷하거나 약간 짧고 너비2~3mm다. 색은 위 가장자리는 노랗고 나머지는 빨갛다. 그러나 전체가 빨갛기도 하고, 빨강, 주황, 주홍이 섞여 있기도 하다.


꽃술은 암술1, 수술10개이며 모두 빳빳한 빨간 실 같다. 수술 꽃밥은 노랗고 꽃가루가 빠지면 검게 된다. 길이는 4~6cm이고, 암술이 약간 짧은 편이다. 암술대는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바로 시들어버리고, 수술 역시 말라 비틀어 없어지면서 꽃 가운데에 짧고 납작한 녹색(녹회색)의 씨방이 드러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암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꽃술 색은 꽃잎 색과 같은 경향이다. 꽃잎이 노라면 꽃술도 노랗다.

꽃가루받이는 나비, 나방, 곤충, 벌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나 벌새와 같은 새에 의해서도 이루어진단다. 그뿐 아니라 이런 방법으로도 수분(受粉)이 안 되면 자가수분도 한단다. 


열매와 씨, 열매안 씨가 들어 있는 모습

열매: 납작한 꼬투리열매로 길이5~12cm, 너비1.2~1.6cm, 두께1.5~2.5mm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흑갈색, 갈색, 흑색이다. 씨는 열매 속에 양쪽 맥에 번갈아 가며 붙어서 가로로 누워 들어 있다. 익으면 2조각으로 갈라지면서 3~10개의 씨를 내 보낸다.


익은 열매는 완전히 마르면 2조각으로 쪼개지는 데, 이때 마치 총이나 딱총 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벌어지는 힘이 엄청 커서  벌어진 껍질은 허공으로 솟아 날아가고 씨는 2m이상 멀리 튕겨나간다. 이것은 발이 없는 식물이 후대에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창안해낸 이동 방법이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물론 땅에 떨어져서도 껍질이 벌어지는 힘으로 씨를 멀리 쏘아 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 모양은 위(열매의 맥에 붙은 부위)가 약간 좁고, 아래가 넓은 납작하고 도톰한 타원형이다. 크기는 길이6~9mm, 너비4~6mm, 두께1~1.5mm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 암갈색이다.


굽 낮은 접시 모양을 한 빨강과 노랑 꽃잎 위로 나비 안테나처럼 길게 솟은 여러 개의 빨간 꽃술과 수술 끝에 매달린 꽃밥이 샛노란 공작실거리나무 꽃을 아침햇살에 비처 보면 아름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처럼 꽃이 아름다운 것과는 달리 독성이 있어, 미국 인디언이나 흑인 노예들은 낙태나 자살을 위해 이 나무를 전통적 민간약제로 사용했단다.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외모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모든 생명체의 대를 잇고 싶은 욕망은 한결같다. 그런데 공작실거리나무의 종족보존능력은 가히 천하제일이다. 왜냐면 벌, 나비는 물론 새까지 이용해서 꽃가루받이를 하고, 이것도 안 되면 자가수분까지 한다니 그렇다.

     

필자 주

1. 공작실거리나무는 산림청 국립수목원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이다.

2. 속명 Caesalpinia는 1791년에 스위스 식물분류학자인 Olof Swartz가 이태리 식물학자, 철학자겸 의사인 Andrea Caesalpinio(Caesalpino)를 기념하기 위하여 붙인 이름이다. 원래 속명은 Poinciana였는 데, 이것은 1694년에 프랑스 식물학자 Joseph Pitton de Tournefort가 Saint Christopher 섬의 총독이었던 Poincy의 슈발리에 인 그의 동료 Philippe de Lonvilliers 장군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어졌다. 종명 Pulcherrima는 아름다움(Beauty, Most beautiful)을 뜻하는 라틴어 Pulcher에서 유래되었다.

3. 공작실거니나무는 영국 왕립원예협회 정원 공로상(Royal Horticultural Society’s Award of Garden Merit)을 받았다.

4. https://en.wikipedia.orghttps://www.cabi.orghttp://www.biology-resources.com

https://apps.cals.arizona.edu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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