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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러브콜 하는 씨

유기열의 씨알여행 235풍선덩굴2. 어린 녹색일 때는 살아있는 보석같아

by 유기열 KI YULL YU

풍선덩굴 씨에는 하얀 하트무늬가 있다. 어떤 씨에도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랑해. 사랑해줘.’라며 세상을 향해 러브콜 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긴다. 특별히 사랑무늬가 새겨진 윤기 나는 어린 녹색 씨는 살아 있는 보석 같다.


◼열매: 8월말~10월초에 꽃이 피고, 열매는 대체로 9월~11월에 익는다. 열매는 세모난 공 모양의 풍선 같다. 크기는 지름이 3~5cm로 꽃보다 수십 배 크다. 익기 전에는 초록 등(燈), 익으면 갈색 등(燈 같다. 겉에는 3개의 날카로운 능선과 3개의 얕은 골이 세로로 나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으로 된다. 광택은 없고 물에 뜬다.


c.익은 열매.jpg
b.꽃대끼리 지지, 덜 익은 열매20250922_154957.jpg
f.열매의 3개 방의 문풍지(양파 속껍질)같은 얇은 막,20250926_091230.jpg
왼쪽: 익은 열매, 가운데: 덜 익은 어린 열매, 오른쪽: 열매 안의 문풍지 같은 얇디얇은 막(膜)


껍질 두께는 0.1~0.2㎜로 얇고 그물맥 모양의 잔주름이 있다. 열매자루는 길이 1~2cm. 지름 0.1~0.4㎜이다. 이것은 열매 안쪽으로 뚫고 들어가 열매 끝까지 뻗어 있다. 겉에는 잔털이 있는데 특히 열매자루가 붙은 부위의 능선에 더 많다.


열매는 익으면 열매자루가 달린 부위의 3개의 골이 조금만 벌어지고 열매 끝까지 안 갈라진다. 그리고 생각과 달리 능선이 아닌 골이 벌어진다.


골을 따라 맥(脈)이 있다. 맥에는 1장이 아닌 2장의 하얀 얇은 막(膜,Membrane)이 겹을 이루어 붙어 있다. 이 막은 화장지나 양파 속껍질 같으며 두께는 0.05㎜이하로 얇다. 열매는 이런 막으로 만들어진 3개의 방(칸)으로 나누어져 있다.


잘 익은 열매에는 1개 칸에 1개씩, 3개의 씨가 들어 있지만 영양이나 생육여건에 따라 보통은 1~2개 씨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씨는 열매 안으로 난 열매 축의 가운데 부위에 달리며 한 칸에 1개의 씨가 달린다. 씨는 열매 껍질이 다 찢어지거나 부서져 없어져도 열매 안의 축에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씨가 붙은 부위의 하얀 막 하나하나에는 껍질로 이어진 가는 실처럼 생긴 갈색 실이 2개 정도씩 나 있다.


◼열매 안의 얇은 막(膜. Membrane): 막은 막질(膜質)로 되어 있다. 막은 덜 익은 열매 때는 하얗고 익으면 마치 감물을 드린 얇디얇은 한지(韓紙)스럽다. 열매 안의 3개의 방(칸)은 이 막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막은 하나(1겹)로 보이지만 실제는 2겹의 막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3개의 방이 각각 독립되어 있는 셈이다.


◼씨: 씨 모양은 둥글고 크기는 지름 4~6㎜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검은 색이나 (적 또는 흑)갈색으로 변한다. 씨는 녹색일 때는 광택이나고 윤기가 있으며 매끄럽지만 완전히 익어 마른 씨는 광택이나 윤기가 없다. 씨 겉에는 작은 골이 나 있으며 흰 주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씨는 물에 뜨나 껍질을 벗겨낸 씨 알갱이는 가라앉는다.


씨껍질은 바스락거리는 열매껍질과 달리 단단하며 두께는 0.4~0.7㎜로 두껍고 겉껍질과 속껍질 2중으로 되어 있다. 속껍질은 밤 비늘 같다. 씨 알갱이는 미백색 또는 연노란 색이며 둥글다. 하트무늬가 있는 부위의 씨 알갱이에는 작은 싹 모양의 돋음 점(돌기)이 나 있다.


d.풍선덩굴 씨(3개가 다 익은 것).jpg
녹색 이린 열매, 하얀 하트, 20250922_161345.jpg
h.하얀 하트가 뚜렷한 어린 녹색 씨20250923_100012.jpg
왼쪽: 1개 열매에 익은 3개 씨의 하트무늬와 빨판, 가운데 씨가 열매 가운데 축에 붙은 모습, 오른쪽: 약간 덜 익은 윤기 나는 녹색 씨와 하얀 하트무늬


◼하트무늬: 하트무늬는 하얗고, 열매 축에 달린 씨의 부위에 있다. 이 하트무늬는 녹색의 덜 익은 어린 씨 때부터 있으며, 씨가 익어감에 따라 녹색에서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하얀 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열매 축에 달린 상태에서는 흰색의 하트무늬 위에 연노란 갈색 띠가 겹쳐 있다. 연노란 갈색 띠는 부착판(빨판)으로 씨가 열매 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잡아당기면 씨에서 떨어지나 하트무늬는 그대로 씨에 붙어 있다. 이때 하트무늬 가운데쯤에 빨판이 붙어 있던 작은 돋음 점이 나타난다.


◼씨는 열매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씨는 열매가 익어 껍질이 찢어지고 부서져도 무엇이 그리 수줍은지 아니면 열매 안이 얼마나 좋은지 좀처럼 열매에서 떨어져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대로 열매에 붙어 있다.


열매에서 떨어진 씨를 보고 싶었다. 씨는 누군가가 손잡아주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감물 드린 한지 보다 더 멋스러운 겉옷(열매껍질)을 벗겼다. 그런 다음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듯 얇은 하얀 화장지(양파속껍질) 같은 속옷(2겹의 막)을 들쳐보았다. 그랬더니 하트무늬가 있는 씨가 나타났다. 씨가 온몸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말없이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절로 씨를 손 안에 품어주었다.


풍선덩굴 씨에 왜 하트무늬가 있을까? 필자는 궁금하여 이유를 알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알지 못했다. 다만 풍선덩굴은 씨에 사랑무늬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싶고 무엇인가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표현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이러한 식물의 숨은 뜻을 더 잘 알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식물과 더욱 친밀해지려고 한다.


필자 주


1. 풍선덩굴 글을 쓰려고 2009년부터 정리한 파일을 찾아보았더니 열매와 씨 각1장씩 2장의 사진 밖에 없었다. 그래서 2025.09.01에 꽃, 어린 열매, 잎 등의 사진을 찍기 위해 2009년에 풍선덩굴 사진을 촬영한 진접읍 신광마을 입구 근처의 로얄모텔 공터에 갔다. 풍선덩굴 사진을 찍었던 공터는 없어지고 옛날과는 전혀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혹여 풍선덩굴이 있을까 주변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허사였다. 대신 왕숙천(王宿川)에서 물놀이를 하다 갑자기 비가 와서 우산을 받고 왕숙천 둑을 산책하며 하루를 보냈다.


2. 풍선덩굴이 있는 곳을 계속 찾다가 2025.09.04.일에 서울시 양재 매헌시민의 숲에서 풍선덩굴을 발견하여 꽃 등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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