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 236-참느릅나무1
온대지역에서 나무는 대체로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이른 가을에 꽃이 피고 늦은 가을에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 참느릅나무가 그렇다. 9월에 꽃이 피어 11월에 열매가 익는다.
◼이름과 형태: 참느릅나무는 느릅나무과(Ulmaceae)에 속하는 낙엽-활엽 큰키나무(喬木)로 학명은 Ulmus parvifolia 이다. 영어 이름은 Chinese elm(중국 느릅나무), Lace-bark elm(레이스-껍질 느릅나무)이다.
한글이름의 느릅은 ‘힘없이 느물느물 늘어진다.'는 뜻의 옛말인 '느름'에서 왔는데, 이는 느릅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그면 점액질(粘液質)이 나와 부드럽게 늘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며, '느름나무'라 부르다가 세월이 지나며 ‘느릅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잎: 잎은 어긋나며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크기는 길이2~5cm, 너비1~3cm다. 색은 녹색이나 늦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다.
◼꽃: 꽃은 모여(뭉쳐) 핀다. 꽃잎은 없다. 꽃받침은 붉고, 암술대는 희거나 연록색이고,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진 흰색의 얇은 솔 모양이다. 수술은 꽃받침 위로 솟고 꽃밥은 자홍색(紫紅色)에 가깝고 꽃가루는 노랗다. 크기는 길이가 2~5mm이다.
◼열매: 열매는 날개열매(翅果)이며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모양은 가운데가 도톰한 넓은 타원형이며, 가장자리를 빙 둘러서 날개가 붙어 있고, 위 끝이 약간 파여 있다. 크기는 길이5~12mm, 너비4~9mm이다. 색은 덜 익은 열매는 녹색이고 익으면 연한 갈색이며 해를 넘겨 이듬해가 되면 색이 바래서 거의 흰색이나 옅은 회백색으로 된다.
열매 겉에는 그물맥처럼 생긴 주름이 있다. 껍질 두께는 0.1mm로 얇고, 섬유질 실이 흩어져 있다. 광택은 없고 물에 뜬다. 열매자루는 길이2~3mm이며 굵기는 0.4~0.5mm로 가늘다. 열매자루에서 나온 맥(섬유질로 되어 있음)은 씨 옆을 지나 열매 위 끝까지 이어져 있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 있다. 열매가 하도 많이 달려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큰 나무에 달린 열매는 아마 수천~수만 개로 추정된다.
◼씨: 씨는 열매 가운데에 1개가 있으며 모양은 도톰한 넓은 타원형이다. 크기는 길이3~6mm, 너비2~4mm, 두께1mm내외다. 색은 연한 갈색, 황갈색, 회백색이다. 광택은 없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며 빵 껍질 같기도 하다. 물에 가라앉는다. 맛은 약간 고소하기도 하다.
씨 알갱이는 희고 대칭인 2조각으로 가로로 쪼개진다. 씨껍질은 0.01mm정도로 얇다. 씨를 물에 담가 놓은 뒤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점액질이 생겨 끈적거린다.
참느릅나무는 꽃피는 기간이 짧아서일까? 열매는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이듬해 3월까지 달려 있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하얀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무 아래는 수많은 하얗게 빛바랜 열매가 떨어져 있다. 그 모습은 열매를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것처럼 보인다.